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
기노시타 한타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태양계 최강의 엽기 가족은 바람 피우다 실연당한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일본에서 제일 긴 미끄럼대를 타러 집을 나선다. 

부동산의 왕의 아들로 태어나 늘 외도사실을 숨김없이 꿋꿋이 이야기하며 가족에게 위로받고자 하는 가장 젠키. 아들의 가정교사를 임신 시키고 가족에겐 맘속 애물단지 같은 존재지만 끝내 가족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며 죽었으며 뼛속 깊이 남편을 증오하지만 그가 물려받을 재산 탓에 여행길 교통사고에서도 목숨걸고 남편을 구해낸다. 그런 그녀는 딸과 모의하고 여행중에 아들의 가정교사인 한나를 산에 파묻어버릴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남편과 아들 둘 다를 쥐고 농락하는 그 여자에게 복수는 당연한 일인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엄마 치사토를 도와 '걸레'같은 여자 한나를 제거하기로 작당(?)한 딸 유비코도 만만찮은 인물이다. 아버지에게 살의를 품고 술에 표백제를 탄만큼 미워하는 딸은 21살의 나이에 벌써 이혼경력이 세번!  그 중 마지막 남편은 여전히 자신에게 집착하고 있는데 그를 이용해서 걸레녀를 세상에서 없애버릴 계획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반전처럼 사고로 기억상실이 된 유비코를 전남편이 가족에게서 납치해가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바라키 현으로 떠나면서 모든 것이 설레고 흥분되기만 했던 열일곱의 아유무는 여행길에 사고로 인해 자신의 섹시 가정교사가 아버지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녀와 결혼을 약속하며 자신의 아이로 키우겠다고 말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한 여자를 소유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아들이 자살한 소설(데미지)도 있었는데, 아유무는 그와 달리 그점조차 극복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나보다. 

마지막으로 여행길에 동행한 가족이 아닌 단 하나의 존재, 한나. 혼혈계인 그녀는 아버지의 소꿉친구인 젠키와도 그의 아들과도 육체적으로 긴밀한 관계다. 전직 레이싱걸 출신인 그녀는 사고 앞에서 아이 아빠를 버리고 아이를 택하는 삶으로 도망쳤다. 그런 그녀나 강도짓을 하면서도 유비코밖에 없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믿고 사는 두 남녀는 어찌보면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일년 뒤, 유비코, 치사토, 아유무는 다시 일본에서 제일 긴 미끄럼대를 찾았지만 그들은 더이상 불행하지 않아 보였다. 가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밝은 얼굴의 가족들. [불량가족 레시피]나 [성탄피크닉]을 뛰어넘는 콩가루스러움은 꽤 오랫동안 기억될만하다. 동급최강의 막장스러움으로 무장한 소설 [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가 드라마화 된다면 사촌동생의 말처럼 막 욕하면서도 시청률은 50%대일까. 붕괴 직전의 가족은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또 다른 인생으로 접어들고야 말았다. 그들도 모르게, 빠른 속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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