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장은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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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사냥]이라는 영화가 있다. 걸인처럼 나왔던 배우 안성기와 가수 김수철, 그리고 배우 이미숙. 그들은 여인의 집을 찾아 함께 떠나는데 그 유명한 고래사냥이라는 노래와 함께 그녀의 집을 찾아 떠난다. 그녀의 집은 어디일까. 같은 물음을 가지고 한 여인과 두 남자가 떠난다.  하지만 제목은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다. 여인도 벙어리가 아니며 남자도 기인과 어리버리한 청년이 아니다. 

이들은 전기와 물만 먹고 산다는 객식구 제이, 옥탑방에 거주중인 생계형 인간 와이, 부유하지만 자신의 귀를 잘라 냉동고에 보관하는 케이. 이렇게 이상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셋이다. 보통 세상살이가 별나면 "괴짜", "기인","삐딱한 인간"으로 분류하지만 제이나 와이, 케이는 그렇게 분류되기엔 어딘지 모르게 억울한 감이 있다. 다만 악착같이 살아가기 보다는 인생이라는 발판 위에 두 발을 올려 놓지 않고 살아가는 각각의 사람들처럼 보여진다. 

대물림된 열쇠공의 자손인 와이가 물려 받은 것은 가난과 기술이었다. 동전 하나도 쪼개쓸 수 있다면 쪼개써야할 판인 싱글살림에 어느날부턴가 전기료만 30만원이 넘게 나왔다. 그래서 결국 범인을 잡아내었더니 제이였다. 어디서, 어떻게, 언제쯤 군식구가 되어 살고 있었는지 모를 전기도둑 제이는 아오이 유우를 닮았다. 예뻐서였을까. 모질게 내쫓지 못하고 이상한 동거가 시작되지만 정작 더 회괴한 일은 그녀가 전기를 먹고 산다는 거다. 그래서 전기료는 30만원이 늘상 넘었다. 그런 둘 사이에 끼여든 쪽이 케이인데, 와이의 여자친구란 친구는 죄다 뺏아가고야 마는 고약한 성미의 그는 이번에도 샌드위치 속 햄마냥 파고들었다. 그리고 함께 떠났다. 

귀를 잘라낼만큼, 혼자 사는데도 늘 허덕일만큼, 누군가의 집에 스며들어 살아야할만큼 극한의 상황에 던져져 있지만 그들은 의외로 담담했다. 괴로움에 몸무림치면서도 미치거나 죽지 않았다. 살아서 우리와 함께 한다. 그것이 이상하면서도 자연스러워 작가의 마법에 홀린 것마냥 그냥 주어진대로 읽게 된다. 그들의 행동이 정답인 것처럼.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 !

제 14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를 읽으면서 참 독특하다 싶었는데, 후작은 더 독특해졌다. 작가는 정말 영감을 주는 이런 사람들을 주변에 포진해 두고 관찰하며 쓰는 걸까. 판타지가 아니어도 SF가 아니어도 충분히 글은 독특함의 향기를 내포할 수 있었다. 이것이 장은진 작가의 작품 두 권을 읽고 내리게 된 결론이었다. 

다음작품! 상상만큼일까?
그리고 대체 가로등이 우는 시간에 태어났다는 것은 몇시를 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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