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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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의 저자인 이정명 작가는 2009년 조작된 기억에 관한 소설인 [악의 추억]을 발표했다. 기억 조작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 이 작품을 읽으며 나는 기억을 조작한다는 것이 어쩌면 아주 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년 전의 일도 가물가물 할 때가 있고, 내가 기억하는 것과 친구의 기억이 다를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원하는 것만 선별하여 기억하는 것 마냥 기억은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어질 때가 책과 영화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이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던 와중 읽게 된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고, 나아가 더 많은 것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는데 "왜?"라는 작의 의문에서 시작된 여러 실험들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뒤바꾼 심리 실험 10장면


스키너는 "인간의 행동은 보상을 받으면 강화되고, 처벌을 받으면 소멸된다"라고 발표한 이후, 상자 실험을 비롯하여 심리학 역사상 가장 혁신적으로 논쟁적이었던 10가지 실험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아래,

보상과 처벌에 의해 좌우되는 인간행동을 증명해낸 스키너의  상자 실험
사람이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 이유를 밝혀낸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 충격기계실험
방관자 효과를 설명한 달리와 라타네의 연기 실험
스킨십의 영향력을 분석해낸 해리 할로의 철사 원숭이 실험
사랑의 믿음과 행동 사이의 불일치를 연구한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정신의학의 허상을 파헤친 데이비드 로젠한의 가짜 정신병 환자 연구
기억의 허구를 밝힌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기억의 생성과 소멸 매커니즘을 밝혀낸 에릭 칸델의 해삼 연구
세계 최초로 정신과 수술을 개발한 모니즈의 두뇌 실험

누군가는 그저 흘려 보냈을 법한 "왜?"라는 의문이 다른 누군가에겐 실험하고 밝혀내야하는 원동력이 된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며 소제목들이 툭툭 던져주는 질문들은 읽는 내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가령 "우리가 기억하는 기억은 진짜 기억인가?"같은 질문은 악의 추억을 읽었던 기억과 맞물려 선뜻 yes라고 대답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 중 1964년 3월, 13일의 금요일에 일어난 키티 살해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새벽 3시, 28세의 키티가 한 남자에 의해 세차례나 난도질 당하고 강간당할때까지 38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른 척 한 일은 단순히 도시 문화의 문제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부족한 것이었다. "왜 아무도 희생자를 돕지 않았던 것일까?" 그들이 마땅히 느껴야 할 도덕적 책임은 어디로 사라졌던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달리와 라타네는 살인 대신 간질 발작으로 실험을 했고 결과는 무관심이 아닌 우유부단한 상태에서 일어난 책임감 분산이 훌륭한 시민의식을 저해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단 둘이 있을때보다 대다수가 함께 있을때 사람들은 침묵한다는 "방관자 효과"는 내가 위험에 처한다고 가정했을때엔 너무나 무서운 인간 본성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책엔 이렇듯 무섭게 느껴지는 이야기만 실린 것은 아니었다. 1970년 데이비드 로젠한이 한 실험은 다소 엉뚱해보이고 재미있어 보이기까지 했는데,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병 환자와 정상인을 구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제정신으로 정신병원에 들어갔던 것이다. 이 위험한 사기극에 동참한 인원은 총 8명! 각각 대학원생, 소아과 의사, 정신과 의사, 화가, 주부, 심리학자였던 그들은 보호시설의 비인간적 환경과 정신의학이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음을 밝혀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의사보다 수용된 환자들이 그들이 정상인임을 더 잘 알아봤다는 사실이었다.

책이 안내하는 놀라운 인간 심리 드라마의 세계는 '세상에 이런 일이'나 '서프라이즈' 등장할만한 내용들이긴 했지만 관찰과 실험을 통해 밝혀진 진실들을 쉽고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데서 칭찬받아 마땅한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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