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 인문학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속옷 문화사 지식여행자 10
요네하라 마리 지음, 노재명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팬티"에 얽힌 문화

속옷에는 모든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 속옷은 사회와 개인, 집단과 개인, 개인과 개인 사이를 분리하는 최후의 물리적 장벽"이라고 정의를 내렸던 저자 요네하라 마리아 팬티 하나로 세계 문화를 재조명해낸 [팬티 인문학]은 소재나 내용, 풀어나가는 면에서 다소 특별한 도서였다.

어린 시절, 배트맨과 슈퍼맨의 차이가 팬티를 옷 위에 입고 옷 안에 입고의 차이라고 말하던 유머 시리즈가 인기가 있을때나 한참 언급되던 "팬티"라는 단어.속옷의 이름이기에 겉으로 불려지기 보다 금기 아닌 금기어처럼 사용해 오던 속옷에 대한 궁금증을 이토록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책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저자인 요네하라 마리의 화려한 이력에 붙여진 짧은 생애를 보고 더 관심을 두게 되었다. 56세. 멋지고 화려하게 살던 여성이 죽기에는 너무나 젊은 나이였다. 게다가 그녀는 고댠샤 에세이상, 요미우리 문학상을 탄 유명한 에세이스트인 동시에 도쿄 출신의 러시아어 동시통역사가 아니었던가. 글 속에서 보여지던 유머마저 그녀를 세상에 붙잡아 두지는 못했던 것 같았다. 그녀를 떠나게 한 난소암이 새삼 무섭게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똑똑한 한 여성이 세상을 떠나기 전, 2001년 8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치쿠마"에 연재했던 글들의 모음집인 [팬티 인문학]은 팬티 하나를 위생이 아닌 문화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참 재미있게 읽혔다. 물론 소설이나 유머집처럼 완전한 재미가 아닌 지식을 충족시키고 앎을 형성해나가는 똑똑한 재미이기는 했지만.

40년간 품었던 수수께끼를 풀다

매일 팬티를 갈아입습니다! 라고 굵은 크레용으로 써 놓고 지켜야 했고, 성경 속 아담과 이브의 부끄러운 부위를 가려준 무화과 나무잎인 떨어지지 않았던 이유가 접착제로 붙여서 라고 생각해 직접 실험해본 이야기라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이상한 팬티"를 입은 아저씨로 오해했던 유치원 시절의 엉뚱함이나 프라하 이주 시절 겪은 복수형에 대한 헷갈림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풀어낸 경험들은 다양한 속옷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또다른 재미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엘리자베스 여왕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메리야스 타이츠의 역사나 인용된 러시아, 일본의 여러 문헌들은 생활과 밀접된 역사를 알려주기 충분했는데 그 중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포유류 중 용변을 본 다음 엉덩이를 닦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는 것이었다. 직장이 변을 항문으로 밀어내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는 구조로 살아가는 동물들과 달리 꼭 닦는 것으로 뒷처리를 해야하는 인간들 중 종이로 닦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선진국 국민을 중심으로 세계 인구의 1/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물, 모래, 해조,나뭇조각, 대나무 주걱등을 이용한다니 어찌보면 상식적이지만 그 누구도 속시원히 알려주지 않았던 부분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팬티를 손으로 만들던 시절을 지나 요즘엔 위생은 물론 아름다움을 위해 착용하게 된 또 하나의 패션, 속옷. 우리는 매일 걸치는 이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속옷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이 그녀의 죽음과 함께 단절된 듯 했지만 언젠가는 그녀처럼 호기심을 가진 또 다른 누군가가 이 이야기의 뒷 권들을 써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던 팬티에 관한 지식들은 모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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