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 파리! - 파리지엔의 맛난 빵이야기와 파리의 리얼 스토리
오윤경 지음 / 미디어윌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두근두근 베이커리]였던가. 맛을 판타지적으로 표현해내던 애니메이션의 제목이. 
그 애니메이션을 볼 때엔 ’너무 심하게 과장되어 있잖아?’ 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 해설자와 다를바가 없는 모습이다. 코 밑까지 살랑거리며 다가온 고소한 내음과 뇌를 자극하는 달달한 맛, 그래서 입 안 가득 고이는 침까지 어찌하랴.

여자로 태어나서 죽기전에 꼭 한번은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파리는 내게 에펠탑보다는 유서깊은 카페들을, 박물관의 그림들 보다는 거리의 고양이 용품점을, 와인 재배지 보다는 치즈를 가공장소를 꿈꾸게 만들던 도시다. 하지만 이제 이 모든 워너비의 앞에 "맛"을 두게 된다. 

"프랑스 식이라고 해서 더 어렵지도 더 복잡하지도 않다. 다만 훨씬 더 맛있을 뿐." 

이라고 소개하며 프렌치 레시피 80여 가지와 마드모아젤 슈의 라이프 레시피 27가지를 소개하는 그녀는 이제 프랑스 댁이다. 10여년의 연애끝에 마담이 되어 살고 있는 땅 프랑스의 맛을 전달하고 있다. 13년차 파리지엔의 맛난 빵이야기는 그래서 현실감이 가득하다. 레시피 사이사이 전달되는 라이프 스토리는 홍콩의 그녀, 강수정조차 부럽지 않게 만든다. 

처음엔 다소 딱딱해 보이는 빵 & 쿠키류로 시작에 점점 초컬릿이나 쥬스 같은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레시피로 바뀌다가 한끼를 해결 할 수도 있음직한 요리로 발전되는 그녀의 맛자랑은 우리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한상 가득 차려지는 푸짐한 한식의 멋과는 또 다른 알록달록하면서도 어딘가 클래식한 멋스러움이 전해지는 프랑스 베이커리. 프랑스 식은 이래서 어렵고 복잡하다는 오해를 사나보다. 보기에 멋스럽지만 만들기 어려워보이는 모양들 때문에. 

하지만 배추 슈, 마드모아젤 슈의 방법을 따라 하나하나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다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을 보던 도중에 도저히 그 유혹을 참지 못하고 가장 간단해 보이던 크레이프를 만들어 먹으며 서평을 쓰고 있으니 쉽다는 말은 증명이 된 셈이다. 

그래도 제대로 만들려면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빵들도 있다. 반죽하고 발효시키고 치대고 밀고 첨가하고 굽기에 이르기까지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빵은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달랑 돈 주고 사 오는 것과는 다른 땀방울 맛이 첨가되어 있어 소중하니까. 

둥근 트럼프 카드 같은 샤블레 오 시리얼에 콩피튜르, 우박처럼 붙은 우박설탕이 앙증맞은 슈게트, 삼각형 강정모양의  티리오미노,야채빵맛이 날 것만 같은 크로크무슈, 베제타리엔/꼼쁠레트/노르딕/프로방살/인디엔 닭/ 프로멍/ 수제트 등등 종류만 11가지가 넘는 정통 크레이프에 이르기까지 어마어마한 양의 프랑스 빵들이 두 눈을 헤치며 몰려오고 있었다. 눈의 과부화. 딱 그 표현이 맞을 법한 책을 앞에 두고 나는 그래도 즐거워 싱글벙글대고 있다. 

파리에 여행가게 되면 홍차를 즐겨마시니까 꼭 마리아쥬 프레르의 살롱에 들러야지, 유네스코가 지정한 별 4개짜리 역사적 호텔인 쁘띠물랑에서 머무를거야, 표숑의 어린왕자별 같은 빵을 꼭 함께 사진찍고 말거야 라는 다짐을 혼자 중얼중얼거리며 마음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디저트들을 구경중이다. 

아쉽게도 마지막 딱 한 장을 남겨두고 그 아쉬움을 늦게 맛보고자 서평쓰기를 하며 기억을 되집어보고 있다. 
왠지 멋있었던 파리!  하지만 이젠 왠지 맛있어 보이는 파리! 나는 언제쯤 떠날 수 있을까. 올해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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