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대한 명상 - 살아있음을 느끼는 35가지 힐링아트
박다위.강영희 지음 / 아니무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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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죽고 싶다면 매일 한 번씩 죽어보자!!!

[킬러들의 수다]라는 제목의 영화를 접했을때 그 영화가 주는 코믹함보다 제목이 갖는 이중성이 더 재미나다고 여겨졌었다. 킬러들이 수다스럽다니...웬지 언밸런스하면서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자살에 대한 명상]이라는 책을 가까이 접하면서 그때 느꼈던 기분이 다시 되살아나는듯 했다. 자살에 대한 명상이라....죽음과 명상은 먼 거리같이 느껴지지만 막상 가깝다면 또 가깝게도 느껴지니 이 또한 이중적인 느낌이 들었다. 묘하게도.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나기 전에 머무르는 공간에서 마주한 양수에서부터, 학교, 미술관, 빨래방, 서울의 집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이 죽고자 하는 장소들은 평범한 곳들이었다. 읽어나가다보면 사연 또한 우리를 한번쯤은 절망하게 만든 사연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도 우리도 살아있다. 그래서 자살은 명상 속에서 머무른 꿈으로 남는다. 

그토록 죽고 싶다면 매일 한 번씩 죽어보고자 했던 마음으로 살아남아 죽음을 생각하며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는 설정은 이 책을 힐링아트로 접하게 만든다. 어린 아이의 그림처럼 순수해 보이는 그림들과 어우러진 시처럼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여기도 죽음, 저기도 죽음을 노래하지만 결코 죽고 싶게 만들지 않는 이상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누군가의 죽고 싶을만큼 힘든 사연을 들으며 "그래,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지"를 떠올려 볼 수 있는 시간, 그리고 그때 죽지 않아 살아낸 시간에 대한 대견함을 함께 누리게 만들고 아울러 지금 이 순간 세상 어딘가에서 이런 일들로 죽고자 하는 살마이 있다면 책을 통해 치유받기를 바라게 되는 착한 마음이 숨겨져 있는 책이기도 하다. 

"죽기에 딱 좋았다"는 표현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는 죽어버린 나는 집에 두고 가자"는 표현에 웃음이 나 버린 것은 무엇일까.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구 별 것 아니었다구에 동의해 버린 것은 아닐까. 죽음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공간은 무덤 밖에 없겠지만 이처럼 세상이 나만 빼고 슬슬 잘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어 우울할 땐 저자의 마음처럼 되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자살에 대한 명상을 멈추기 보다 죽고 싶다면 매일 한 번씩 죽어보자는 심정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저자는 그림 속의 자신이 하나둘 죽어가는 사이 마음 속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녀가 우리에게 전하는 마음의 상비약은 그렇게 초록색의 느낌으로 전해졌다. 

무조건 안된다기보다는 안되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나선 그녀의 현명함을 칭찬해주고 싶어졌다. 독자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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