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시 에디션 D(desire) 2
제임스 발라드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트와일라잇"의 히어로 로버트 패틴슨은 "워터 포 엘리펀트" 개봉으로 국내팬들을 만난지 얼마되지 않은 듯 한데, 벌써 차기작을 골라 주목받고 있다. 그의 차기작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코스모폴리스]. 캐나다 출신의 이 감독은 컬트 아이콘이라는 별명답게 문제작이자 작품성 있는 내용의 영화들을 골라왔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가 바로 [크래시]다. 

크래시는 "사랑과 전쟁"의 집결판이라해도 좋을만큼 독특한 부부의 삶을 다루고 있다. 자동차와 성욕. 둘 다 빠르며 인간을 미치게 몰아가는 요소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 둘 사이의 하모니를 이루어낸 것이 바로 크래시였다. 보여주는 것이 상상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애로틱한 것일까. 영화가 거침없이 보여주는 쪽이라면 원작은 끊임없이 자극적으로 들이대고 있어 오히려 편안하게 읽게 만든다. 어느 한 구석에서 보여질 듯 말듯하는 아스라함이 사라진 너무 드러나 있는 성적 표현들. 

제임스 발라드 원작 소설은 그렇게 에로티시즘과 욕망을 다 드러내놓고 독자의 평가를 기다리는 작품이었다. 예술인지 외설인지는 일단 읽는 순간부터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결말 또한 궁금하지 않았으며 왜? 이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조차 궁금하지 않았다. 시작과 끝의 호기심을 뭉개버리고 현실을 바라보게 만드는 소설이 바로 크래시니까. 


타임스는 이 소설을 두고 "피가학적 변태 성욕에 대한 강박증"을 그린 소설이라고 평했는데, 서로 혼외 파트너를 두고 있는 발라드 부부가 질투, 사랑, 자부심보다 "소통"을 더 우위에 둔 부부생활을 영위해 나가는데 그 첫번째 놀라움이 있다면 두번째 놀라움은 소통의 수단을 "섹스"로 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제 자동차 사고로 본이 죽었다"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본과 아내 캐서린의 카섹스를 남편인 제임스가 묵과하며 돕는 장면에서 이해보다는 기이함을 뿜어냈고 강인함으로 작품 전체를 물들인다. 섹슈얼리티로 도배되어 있는 문제작 크래시. 2009년 타계한 영국 소설가 제임스 발라드는 무엇에 자극받아 이 작품을 쓰게 된 것일까. 이 순간 그 점이 가장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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