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아도
사토 리에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호스티스는 마음과 술은 팔아도 몸은 파는 직업이 아닌 것."


이라고 자신의 직업관을 밝히는 사토 리에는 화려한 긴자의 넘버원 호스티스다.
프로필 사진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아주 아름다운 여성이며 온화하게까지 보이는데, 그녀의 책 제목은 [들리지 않아도]였다. 그 뒤 생략된 문장들이 머릿속을 간질이는 가운데, 얼마 읽지 않아 곧 그녀가 여느 호스티스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들리지 않아도는 그녀 자신을 향해 있는 화살표였던 것이다.

생후 22개월, 수막염을 앓은 뒤 찾아온 장애는 평생 그녀를 장애인으로 살게 만들어 버렸다. 말을 할 수 없고 들을 수 없다는 것! 표현의 핸디캡을 안고 인생의 출발선에 섰던 그녀는 부모님이 공무원과 간호사여서 넉넉했을 가정형편과는 상관없이 얼마간의 방황의 세월을 거친다. 마치 통과의례처럼.
그리고 헬렌켈러나 베토벤처럼 핸디캡의 꼬리표를 떼어버렸다. 더이상 표현의 장애는 그녀를 슬프게 하지 않았다.

단점을 장점화 하여 그녀는 이제 긴자에선 유일무이한 "필담 호스티스"로 유명해졌는데, 메모지와 펜으로 하는 접객행위는 손님들로 하여금 위안과 다정함을 느끼게 만들었던 것이다. 차분하면서도 재치있는 필담이 단골들이 그녀를 사랑하게 된 매력점이 되어 화려한 밀당의 세계에서 승자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유혹하고 스마트하게 물러나기 기술을 노련하게 구사하는 그녀이지만 처음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세월이 흘러가며 호의적이지 못한 사람들도 만나고 해를 끼치려는 사람들도 만나면서 세상을 향해 더 강하게 밀고 나악 부딪혀가며 단단해진 마음이 타인을 향해 열리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너는 신에게 귀를 빼앗겼다"며 장애학생을 괴롭혔던 선생과 8년만에 우연히 다시 마주쳤을때엔 사실 따귀라도 때려주길 바랬었다. 동등한 성인이 된 그녀 앞에 나타난 스승이라는 작자가 너무나 뻔뻔스러웠기에....하지만 그녀는 우아하게 복수(?)했고 소원했던 가족과의 화해도 도모중인듯 했다.

장애를 물건처럼 팔고 싶지 않았다던 그녀가 왜 마음을 바꾸어 출판하게 되었는지 이제야 알 것만 같다. 그 이유가 제목의 뒤에 생략된 문장이었던 것이다. 큰 눈이 매력적인 너무나 아름다운 84년생 아가씨는 여전히 세상이라는 바다를 항해 중이다. 때로는 폭풍을 만날테고, 때로는 순풍을 만나면서 더욱더 멋진 항해사가 될 것이다. 도망가지 않고 숨어지내지 않고 그녀답게!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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