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일기 - 아프리카의 북서쪽 끝, 카나리아에서 펼쳐지는 달콤한 신혼 생활
싼마오 지음, 이지영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중국인들을 매혹시킨 싼마오의 신혼일기는 아프리카의 북서쪽 끝, 카나리아 제도에서 펼쳐진다.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살벌하게!일곱살이나 어린 남편과 다른 문화권의 시댁을 견뎌내야하는 자유인 싼마오. 제도권의 주민이기보다는 자유인이라는 타이틀이 더 맞을 것 같았던 그녀도 의외의 인내를 가지고 결혼생활을 유지해내는 것을 보면서 인내심이라는 것이 때때로 고무줄처럼 조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43년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유별난 성격탓에 홈스쿨링을 해야했고 자의로 떠난 유학길에선 복병처럼 나타난 서양친구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하녀(?)의 세월을 경험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스페인 출신의 호세와 1973년에 결혼. 사막에서 살다가 카나리아 제도에 정착했지만 1979년 잠수사고로 남편을 잃은 후 중국으로 건너와 1991년 48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유랑인"이었던 그녀의 별명이 그간 떠돌며 살았던 삶을 잘 설명하고 있는 듯 했다. 

중국인들은 왜 그녀의 삶에 열광했던 것일까?

우선 그녀는 매우 정직했다. "나는 가짜다~!!"라고 선언하며 언제나 솔직했고 대범했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해나갔다. 

그리고 따뜻했다.  카나리아 제도에는 각국의 노인들이 은퇴 후 건너와 생활하고 있었고 그들 중 무보수로 거리를 닦는 독일할배를 따라 싼마오는 매일 거리를 함께 쓸고 닦고 청소했다. 그리고 즐거워했다. 뿐만 아니라 근사한 정원을 가진 전직 은행가,산책을 즐기는 독일 노부부, 무료로 이웃의 집수리를 해주는 퇴직 노인 에릭에 이르기까지 노인들의 친구가 되어 하루하루를 함께 했다. 

뿐만 아니라 현명했다. 만인의 연인인 동시에 만인의 바보로 전락했던 시절을 잊고 시댁 식구들을 위해 끊임없이 헌신하며 인내했다. 그녀의 성격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낸 것이다. 벙어리 삼년의 실천처럼 며느리 전략법을 구사하며 위트있지만 전세계 며느리들이 다 공감할만한 뼈 있는 글을 남겼다. 

그녀가 살아가며 만난 이웃들이 모두 다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그때그때 현명하게 대처하며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찾아 대신했고 복권을 향한 상사병으로 우울증을 겪을 때나 절대 이길 수 없는 꽃장수 노파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조차 탈탈 털고 일어나 내일을 준비했다. 그래서 싼마오는 결과적으로 매우 유쾌하게 살다간 여인처럼 비춰진다. 

그녀만의 상큼하고 독특한 글의 전개방식은 읽는 이들을 즐겁게 만들어 왜 사랑받는지 알게 한다. 순종하고 자기 자신의 존재를 유령처럼 행하며 살았던 그 시절의 중국여성들에 비해 진보적이면서 현대적이었던 감각으로 살아낸 싼마오. 이 순간 그녀의 다른 책들이 간절해진다. 다른 책들 속에는 또 어떤 놀라움들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내일 당장 서점가로 달려나가 확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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