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의 결 - 뷰티 다큐
고현정 지음, 조애경 감수 / 중앙M&B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평소 신경도 안쓰던 작은 것 하나가 알고보면 큰 힘을 내어 아름다워 보이게 하더라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서 고현정을 발견했다. 얼마전의 일이었다. 왠지 쎄(?)보인다는 그녀는 여느 이웃집 누님들과 마찬가지로 털털하고 소탈한 인물로 비춰졌는데, 아마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그녀의 팔색조처럼 다른 이면들을 바라보게 되는가보다 했다. 

톱 여배우, 고배우.

그녀는 어려서는 너무 커서, 그 다음에는 너무 아파서, 그 다음에는 피부가 너무 좋아서....의 오해를 풀기 위해 책을 냈다고 출간의 의미를 서두에서부터 밝혀 놓는다. 그간 꿀피부, 동안피부다 해서 온 국민이 그녀의 세안법이나 화장법에 얼마나 많은 관심들을 가져 왔던가. 평범한 여배우들도 너도나도 내는 뷰티집을 왜 그녀는 내지 않는 것일까 궁금하던 차에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말문 트임 역시 평범하진 않았다. 

제 1장부터 충실하게 기초화장은 어쩌고,아이섀도는 저쩌고, 블라블라~ 했더라면 그녀의 이름은 고현정이 아니리라. 에세이식의 편안한 생각들이 펼쳐진 가운데 하나 둘씩 툭툭 던지듯 털어놓는 고현정의 뷰티팁이 생활과 어우러져 자연스레 다가온다. 그녀답다는 것은 이럴때 터져야하는 찬사가 아닐까 싶다. 물론 실망스러운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화장품은 뭐 쓰고, 관리를 받고 싶으면 어느 병원으로 가라는 식의 1차원적인 코치를 원했던 이라면 읽으면서 직접적인 언급들이 바로바로 튀어나오지 않는 책의 방식에 조바심을 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찬찬히 시간을 들여 살펴보면 물고기를 던져주는 것이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그녀의 영리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느 화장품, 어느 병원이 아닌 화장품과 화장법에 대한 생각과 그간 해왔던 생활 속의 규칙, 빼먹지 않는 스트레칭 비법,생활하면서 몸과 피부를 지치지 않게 만드는 청소법 등등 건강한 삶과 그녀만의 원칙이 고스란히 온몸으로 드러나왔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배워야하는 것은 진정 이런 생활방식들이 아니었을까. 


버릴때 더 아름다워지는 것이 있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는 카피도 결과적으로 그녀의 생활방식이 이끌어낸 명카피였다. '결'이 참 좋다고 감탄하면서 그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며 사는 것! 지켜가며 사는 삶의 절제가 가져다준 미학을 그녀는 고스란히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과하지도 않으면서 정성스럽게 대하는 피부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사는 여자, 고현정은 그래서 그 어느때보다 여성스럽게 느껴진다. 김제동의 책에서 느껴지던 톰보이 같은 면과는 또 대조되는 모습이다. 

평소 신경도 안 쓰던 작은 것 하나가 알고보면 큰 힘을 내어 나를 아름다워 보이게 함을 알고 있는 영리한 그녀는 숨김없이 은밀한 욕실과 화장대를 우리에게 공개했다. 정말 많은 욕실 용품, 화장품들이 가득 메우고 있어 놀랐다면 두번째 놀라움은 그들이 각기 다른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정갈하고 깨끗하게 정리정돈 되어 있다는 거다. 특별히 촬영을 위해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은 썼겠지만 이 순간, 우리가 대하고 있는 여자 고현정이 얼마나 깔끔한 여성인지 알려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이 책을 만드는 동안 내게 큰 동요가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영원히 비밀로 남겨질 듯.


의 의미가 새로운 사랑에 대한 것인지,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것인지, 한참 포털사이트를 오르내리는 전남편의 재혼소식에 관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살짝 마음을 털어놓는 것이 그녀의 마음이라면 털어놓은 거기까지만 듣는 것 또한 독자인 내 선택이므로. 나는 가십보다는 고현정이 즐기는 건강한 삶의 방식에 더 매료되어 있다.  이순간만큼은.

마지막으로 덧붙여진 요시다 겐꼬의 글은 중간중간에도 언급되는 그녀의 자필로 메모되어 있는데, 특별히 예쁜 글씨체는 아닌데도 나란히 잘 정돈되어 쓰여진 글씨체가 깔끔해 보이는 것이 딱 그녀 같았다. 글씨체까지 자신의 모습과 닮은 배우, 고현정. 언제나 진심으로 다가서는 듯한 고배우의 모습에서 나는 오늘 "고현정다움"을 발견해낸다. 고현정다움. 써놓고 읽어보니 더 예쁜 단어인 것만 같았다. 배우 고현정보다 인간적인 고현정을 더 좋아하게 만든 [고현정의 결]! 혹시 판매성적이 좋으면 두번째 책도 나오려나 ?
언제나 다른 사람이 기준이 되기보다는 자신이 기준이 되는지가 중요한 배우는 그래서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결과를 얻으며 살아가고 있나보다.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함부로
마음속에 들어와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 안에 혼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의 영혼이 주인을 갖고 있다면 
우리의 가슴이 그토록 많은 근심으로 가득차지는 
않을 것이다. 

                               '요시다 겐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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