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릴리언의 위대한 선물
지미 카터 지음, 에버리치홀딩스 편집부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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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제 역사가 짧은 나라가 아니다. 그 어느 나라가 이토록 적나라하게 전세계적으로 자신들의 현대사를 드러내며 함께 할 수 있었겠는가.  가까운 현대의 역사보다 먼 왕조의 역사를 더 집중적으로 배워온 우리의 역사교육방식에 비해 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가르치는 걸로만 끝내지 않고 토론하고 다듬으며 나아가 드러내놓고 함께 발전시켜나가고 있다는 점이 아주 부러운 점이기도 했다.

링컨, 케네디, 워싱턴 등등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줄줄 이름을 꿰면서도 이승만, 박정희,전두환, 노태우,노무현 외에 장면,윤보선 등등의 인물들이 어떤 인물들인지 요즘 세대는 자세히 알지 못할 것이다. 무엇이 이토록 교육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법 익숙한 미국의 대통령들 이름 속에 이름만 겨우 희미하게 알고 있던 사람도 있었으니 그가 바로 지미 카터였다. 

총을 맞아 죽은 것도 아니고 미국의 처음을 연 대통령도 아닌지라 그저 대통령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그 지미카터 대통령은 그 어머니가 더 유명하다니 금시초문인 사실이었다. 대통령의 어머니라고 하면 남다른 교육법으로 아들들을 가르쳤다는 케네디가의 여인 외에는 잘 알지 못했던 내게 마더 릴리언의 존재는 또 다른 빛으로 다가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위대한 어머니들이 있다. 맹자의 어머니, 한석봉의 어머니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 자식을 더욱더 엄격하게 훈교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서양의 다른 어머니들도 그랬다. 알렉산더 대왕의 어머니나 케네디가의 어머니들조차 자식을 위해 헌신했던 어머니의 모습들로 기억된다. 하지만 베시 릴리언 고디는 달랐다. 자식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온 인물이며, 나보다는 타인에 대한 헌신을 몸소 보여주었던 위대한 어머니였다. 

간호사로 재직하며 많은 아이들을 손수 길러내면서도 이웃에 대한 봉사를 멈추지 않았던 그녀. "일류"를 부르짖기 보다는 "일류"의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삶으로 보여준 그녀의 인생은 많은 것들을 반성하게 만든다. 

대통령 전용기를 탈 때보다 맨발로 인도 마을을 걷던 그때가 훨씬 행복했습니다.

라고 회고했던 릴리언 카터. 그녀는 아들이 대통령이 된 다음에도 봉사와 희생이 필요한 곳으로 늙은 몸을 이끌고 파견나가기를 자청했다. 아들의 사회적 위치를 생각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도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곳이 있다면 지구상 어디든 가방을 꾸려 떠나는 그녀에게서 우리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떠올려버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눈물 흘리고 좌절하고 고통스러움을 느끼면서도 봉사를 멈추지 못하는 까닭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만약 이 모든 행동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들이었다면 그녀는 그 세월을 지탱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즐거움으로 즐기는 마음으로 자신이 좋아서 열정을 쏟아부은 일이기에 오랜 세월 꾸준히 행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지미 카터의 남동생인 빌리가 재미난 말을 한 적이 있다. 

내 큰누나는 오토바이에 미쳤고 작은 누나는 광신도요, 노모는 일흔 나이에 평화봉사단에 들어갔고 이제 큰형은 미국 대통령이 되겠다나. 그래 우리 가족 중에 누가 정상 같소?

라고. 이토록 모두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신념을 굽히지 않고 살아가는 열정을 어머니 릴리언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았다.  일흔의 나이에도 보살핌을 받기보다는 보살핌을 주기 위해 자신의 쓰임을 찾아가는 그녀의 삶을 바라보며 나이라는 것이 열정을 잠궈둘 열쇠가 아님을 깨닫는다. 인생이란 남들과 더불어 살며 그들의 사랑을 가장 귀중한 선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걸 릴리언의 삶이 우리에게 입증하고 있는 셈이었다. 

용기있게 도전해 의미 있는 삶의 목표를 이루고 최대한 베풀며 살았던 그녀, 릴리언 카터.
그런 그녀가 뒤에 서 있었기에 지미 카터는 대통령이라는 큰 직책을 수행할 그릇으로 자라날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의 39대 대통령이 바라본 자신의 어머니는 아름다운 삶을 이행해온 한 여인이기 이전에 모두의 어머니였다.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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