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서각 - 한밤에 깨어나는 도서관 보름달문고 43
보린 지음, 오정택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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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책을 좋아해도 귀신들이 이용하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알고 있었다면 구오도 그런 마음이었을게다 
할아버지랑 아빠는 가족보다 책이 더 중요한 사람이었고 엄마는 구오가 여덟 살 때 집을 나갔다고 했다. 말더듬이인 구오는 그래서 아이들과 어울리기보다는 그들이 "귀신 책방"이라고 놀려 대는 헌책방에 나와 앉아 있는 것이 더 맘 편한 일이었다. 그리고 봄방학이었던 어느날 그 사람이 찾아왔다. 

책이 싫고, 책방도 싫고, 할아버지도 싫지만 감기걸린 할아버지를 찾는 송영감에게 대신 끌려온 구오는 동각 책선생이 되어 있었다. 그것조차 서각 책선생인 제이를 만나고서야 알게 된 일이지만. 귀신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도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처용의 얼굴을 모으던 구오는 다 모으고 나서야 자신을 데려온 송영감이 창귀였던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귀서각을 빠져나와 일상생활로 돌아와서는 이제와는 다른 모습으로 삶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귀서각이 구오에게는 성장의 계기가 되어준 셈이었다. 

참으로 재미있는 일은 귀신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는 점이었는데, 

하나, 귀신이 원하는 책을 읽어 줄 것.
둘, 감정을 넣지 말고 읽어 줄 것.
셋, 귀신의 얼굴빛을 잘 살필 것.

이란다. 귀신이 책을 가까이 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들이 직접 읽지 않고 누군가가 읽어주는 것을 듣는 걸 좋아한다니 재미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조선시대의 책읽어주는 남자, 전기수도 아니고 하필이면 책도 싫고 책방도 싫고 말까지 더듬는 구오에게 책읽기를 시키는 귀신들이라니......! 상상만해도 재미난 광경이 눈 앞에 어른 거렸다. 

창귀, 부뚜막 할멈, 신령, 야광이, 처용 등등의 단어를 보다보니 꼭 전래동화를 읽고 있는 듯한 착각도 일면서 이곳이 헐리웃이라면 이 이야기도 CG처리해서 아이들의 영화로 만들면 근사할텐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전래동화같은 느낌으로 보이게 만들면 해리포터만큼이나 근사하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했고. 하지만 이곳은 헐리웃이 아니고, 자칫 촌스러운 화면이 되어 돌아와 원작의 이미지까지 망쳐지는 것은 바라지 않으니 머릿속에서만 그려볼 일이긴 했다. 

한밤에 깨어나는 도서관인 귀서각을 알게 되면 아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투덜대지 않고 일찍들 잠들려고 애쓰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재미면에서도, 교훈적인 면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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