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포 엘리펀트 (반양장) - 운명처럼 아픈 사랑이 그립다
새러 그루언 지음, 김정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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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어느 시대를 살고 있든,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의 이야기이든 간에 인종을 초월하고 나이를 초월한 감동적인 사랑은 우리의 가슴 속을 깊숙이 파고든다. 눈물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뭉클한 느낌과 함께 파르르 떨리는 파동이 심장을 거머쥔다. [워터 포 엘리펀트]도 그런 사랑이야기 중 하나다. 

나는 리즈 위더스푼이 참 영리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보이는 외모, 빠르게 찾아온 성공 속에서도 길을 잃거나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 자신의 자리를 쌓아가는 그녀의 모습 속에서 강단이 느껴질 때면 영리한 그녀가 선택한 작품들의 가치가 더 높아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믿음을 주는 배우이기에 리즈 위더스푼과 트와일라잇의 영웅, 로버트 패틴슨 주연 영화의 원작이라는 후광은 작품을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우리가 알지 못하던 1913년, 미국 대공항 시절. 모두가 어려웠던 그 시절 떠돌며 사는 사람들의 삶이야 더 말할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그들은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광대집단이었다.  볼거리 천지인 지금은 많이 퇴색되어져 버린 서커스에 대한 향수를 가진 세대는 아니지만  작품을 읽으면서 점점 그리움에 동화되어 꼭 서커스를 보며 자란 어린 시절이 있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정신나간 개자식 오거스트가 지휘하는 <벤지니 형제 지상 최대의 서커스단>에 스물 셋의 제이콥이 뛰어든 것은 자신의 첫 시련을 마주하고 나서다.  수의사 아버지 덕택에 별 부족함 없이 아이비리그 학생으로 넉넉함을 누리며 살던 그가 수의학과 마지막 학기 기말고사도중 뛰쳐나간 것은 부모님을 동시에 잃고 홀로 바다 위의 부표처럼 떠 있는 자신의 처지에 공항상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교정을 뛰쳐나가 아무 기차나 잡아탄 그를 운명은 서커스단으로 인도했고 그는 그 곳에서 어려운 시절 학대당하거나 킬당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참한 삶과 주어진 운명의 여인을 동시에 발견해냈다. 그는 편집성분열증 환자인 오거스트의 아내인 말레나였다. 

이렇게 말레나, 제이콥, 오거스트,그리고 로지는 만났고 엮였으며 운명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코끼리는 상당히 똑똑한 동물이라고 말한다. 거울에 비친 자기를 알아보는 유일한 동물 중 하나이며, 술을 좋아하며 복수심이 강한 동물이 코끼리다. 제이콥이 돌보는 코끼리인 로지도 다르지 않았다. 로지의 복수가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지 제이콥을 위한 것이었는지 혹은 모두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로지가 행한 일은 제이콥이 칠십평생 간직해온 비밀이었으며 그것은 그들에게 자유를 가져다 준 해방행위였다. 사랑스러운 로지. 앞으로 동물원에서 코끼리와 마주치게 되면 제일 먼저 로지라는 이름이 떠올려 질 것만 같다. 

동물과의 교감과 인간의 존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달콤한 사랑이야기까지 곁들여진 [워터 포 엘리펀트]는 아흔 살이 넘은 얀콥스키 할아버지의 현재와 23살 제이콥의 과거가 번갈아 진행되지만 전혀 복잡하거나 조잡스럽지 않다. 오히려 페이지가 훌훌 뒤로 넘겨질수록 그리움의 농도가 점점 짙어져 뭉클하게 만들어 버린다. 

사랑하는 사람보다 오래 사는 것은 고약한 일....이라고 회고하는 문장조차 그리움이 담뿍 담겨져 있다. 

1913년 기차 써커스단과 함께 떠나는 환상여행은 이렇게 울리지 않으면서도 뭉큼하게 만든 감동스토리로 꽉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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