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홀 2

울프 홀 2 - 2009년 맨부커상 수상작
힐러리 맨틀 지음, 하윤숙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10월

2권의 끝은 토머스 모어의 처형장면에서 멈춘다.  [유토피아]를 쓴 영국의 정치가는 그렇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일인지하 절대권력을 자랑하던 토머스 울지도 역사에서 지워져갔다. 헨리 8세의 의중을 가장 잘 읽어낸 좋게 말하면 측근이요, 나쁘게 말하면 앞잡이였던 토머스 크롬웰의 시대가 왔던 것이다. 그는 앤 불린을 왕비로 앉히기 위해 필요한 종교개혁을 일선에 나서서 해냈고 권력의 속성을 잘 파악해서 자신이 꿈꾼 이상의 자리를 얻어나갔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법률가, 상인, 금융업자에 이어 비서장관과 주교 총대리의 역할까지 해냈던 그에게 포커스가 맞추어진 채 [울프 홀]은 쓰여졌다. 

2009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힐러리 맨텔의 역사소설 울프 홀. 사실 울프 홀은 크롬웰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장소가 아니다. 에드워드 6세의 모친인 제인 시모어의 집을 뜻하는데 권력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낸 제목을 내세우다보니 울프 홀로 정해진 것이 아닌가 싶어졌다. 

튜더 왕조는 인덕보다는 인해를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피의 헌납을 통해 이루어진 왕조였다. 장미전쟁에 이어 종교개혁에 이르기까지 피로 얼룩진 역사 속에서 어떤 이는 사랑의 조각을 찾아냈고 또 어떤 이는 욕망의 조각을 찾아냈다. 힐러리 맨텔은 한 평범한 젊은이의 야망과 권력에의 욕망을 바탕으로 잡음이 많았던 그 매혹적인 역사에 근접했고 울프 홀은 그런 관점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갖게 만든다. 

헨리 8세와 그의 여자들, 혹은 블러드 메리나 처녀여왕 엘리자베스로 이어지는 자녀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한 사람이 살아온 생의 가장 잘나가던 한 순간은 그 결말을 알고 있기에 애처롭게 느껴지면서도 이런 것들이 바로 권력의 마약같은 성분이 아닐까 싶어져 씁쓸하게 느껴지게도 만들었다. 

또 소설은 여자, 재물로 야망을 꿈꾸기 보다 절대 권력을 지닌 한 남자의 곁에서 야망을 키워온 대담한 남자, 토머스 크롬웰에 대한 드라마나 영화가 만들어지는  날이 있기를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