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다의 환상

흑과 다의 환상 - 상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의 잔류는 참 오래도 지속된다. 그 시리즈라는 것만으로도 책을 덥썩 집어들고 말았으니.

마흔이 넬 모레인 대학 동창인 리에코, 아키히코, 아키오, 세쓰코는 
각자의 사연을 뒤로하고 Y섬으로 색다른 동창회를 떠난다.
그들은 각자 과거 속에 비밀을 묻어두었고, 그 비밀은 묘하게 이 넷과 
얼마전에 죽은 가지와라 유리가 서로 엮여 있는데, 과거의 비밀이 현재까지 이어져
이들의 삶에 묻어가고 있었다. 그거조차 감추고 살아왔던 이들.
그들은 과연 이 곳에서 진실을 밝힐 것인가...가 궁금해졌다.

대답은 그렇다,와 아니다. 둘 다가 정답이 된다.

(상)권에서 리에코와 아키히코가 등장한다.

과거에 마키오와 사귀었으나 친구 유리에게 빼앗기고,
남편과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 그때의 비밀을 풀지 못한 여자.
그리고 여전히 마키오가 최고의 짝이라고 믿고 사는 리에코.
그녀는 왜 이곳에 왔을까.....과거의 가보지 못했던 길에 대한 미련때문일까.
1권에서의 그녀는 과거를 홀가분하게 떨쳐버리려고 온 것 같기는 하다.


아키히코는 좋은 집안 태생의 도련님이다. 하지만 그는 이상한 누나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절친들과 잠을 자 버리는 아주 이상한 누나. 결국 가장 친했던 친구는 누나로 인해 자살해 버렸고. 여행을 같이 온 마키오 역시 누나와 성인이 되어서까지 계속 잠자리를 했던 녀석인 것이 밝혀진다. 그는 비밀을 풀기 위해 왔다고 하지만 사실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으로 지켜봤던 비밀이었기에 진실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그는 왜 여행에 동행했을까. 비밀은 풀려져있는데. 혹시 비밀을 공유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혼자 담아두기엔 너무 아프고 큰 비밀이라 공유하고 싶어서...

이 둘의 과거가 밝혀지지만 사실 이 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중간중간에 나머지 둘의 이야기도 함께 섞여 있다. 4명이 호흡을 맞춰 돌아가는 연극을 보는 것처럼 한권에 가득 담겨진 사연들이 흥미롭다. 역시 온다 리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