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말하는 건축가 - 17명의 건축가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흥미진진 건축가의 세계 부키 전문직 리포트 14
이상림 외 지음 / 부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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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영화를 봐도 자신의 분야별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나오는 것이 사람이다. 예를 들어 멜로 영화 한 편을 친구들과 보고 나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는데, 장면장면을 씬으로 나누고 플룻과 복선처리의 미흡했던 점만 보고 나온 나와 주인공이 입은 옷과 화장법에 주목했던 친구가 있었는가 하면 번역이 어떻게 미묘하게 원 의미와 다른지를 설명하는 친구도 있었으며 배경으로 나온 곳들이 어딘지 죽 읊어대는 친구도 있었다. 우리는 분명 같은 영화를 함께 보았는데 보고나온 부분은 죄다 달랐던 것이다.

한옥건축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져 한옥거리나 한옥집들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요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음식이나 음악, 문화뿐만 아니라 건축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좀 더 우리의 것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퍼부었으면 좋겠다 싶어진다. 꼭 옛것만 일컫는 것이 아니다. 옛 건축물은 고혹미와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현대 건축물에서도 우리의 디자인 감각이 날로 변화하고 있음을 눈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정형화되었던 아파트조차 내부구조에서부터 각각의 개성을 찾고 있고 아름다운 도시거리의 건축물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눈에 차 오는데 어떻게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을까. 아름다운 것은 어떤 것이든 마음을 움직이기 마련이다.

일반인인 내 눈과 마음이 이럴진데, 전문가인 건축가들이 본다면 그들 역시 나름의 자랑스러움이나 미흡함들을 꼭 집어내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좀 다른 시각으로 건축이라는 것에 다가가고 싶어 [건축가가 말하는 건축가]를 펼쳐보기 시작했는데, 17인이 솔직하게 털어놓는 건축가의 세계는 소근소근 무슨 비밀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었고 성공의 비법을 자랑하는 책도 아니었다.

책 전반에 걸쳐 그들이 건축의 길로 들어서게 된 사연들과 밤낮없이 매달려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일을 사랑하며 사는 까닭과 그들이 건축물에 쏟아붓는 신념과 믿음이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특이하게 면사무소에 홀수,짝수 나누어 동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탕을 설계해넣었다거나 종합병원안에 녹색지대가 함께 어우러진 풍경, 덜 지어진 듯 다 지어진 유명 작가의 집에 이르기까지 "건축가"란 건물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만나게 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해야 할 만큼 멋진 직업처럼 보여지는 일들을 해내고 있었다. 그들은.

사실 그들을 부르는 말은 다양하다. 건축사,건축사보, 설계자, 설계사, 건축가, 건축 디자이너, 건축깃, 건축업자, MA, MP, 건축 코디네이터, 조형예술가 등등 여러 호칭으로 불리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어제보다는 그들에 대해 더 많은 사실들을 알아낸 듯 했다. 그 중 가난한 흑인들에게 무상으로 집을 지어 주었다는 미국의 건축가 사무엘 막비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아닐 수 없었다. 위인전에서나 깉 인물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서점가에서도 나는 그의 이름을 들어본 바가 없었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체 게바라, 힐러리, 오프라 윈프리 등등 많은 인물들에 대한 책들이 출판사 별로 출간되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좋은 일을 했던 사람의 이름을 들어본 일이 없다니...!!

그런 의미에서 좋은 건축은 좋은 사람을 키우는 일과 같다는 말에도 공감이 간다. 집을 짓는 동안 집이 사람을 좋게 만드는 것인지, 좋은 건축이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를 판가름 짓는 일은 알과 닭의 논쟁처럼 붉어질 수 있겠지만 확실한 한가지는 좋은 건축물에는 인간의 좋은 혼이 담긴다는 사실일 것이다.

건축의 연원은 라틴어의 "으뜸가는 기예"라고 했다. 앞으로 거리에서, 나라 곳곳에서 좀 더 아름다운 건축물들과 마주치기를 기대해본다. 대한민국에 이토록 좋은 건축가들이 많이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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