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는 자 1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마음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내보여져야 하는 것일까. 그 속을 알 수 없는 깊이 탓에 무섭기도 하고 반대로 두려움 없이 대하게 되는 타인. 내 마음 속의 깊이도 알지 못하는 인간의 얇디 얇은 통찰 앞에서 감히 타인의 속깊이까지 어림짐작해내야 하는 일은 어렵기 그지 없다. 

[속삭이는 자]는 여느 소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알게 된 후, 갑자기 목 뒤로 송글송글 맺혀올라오는 슴뜩함에 전기가 통한 듯 저릿저릿함을 느끼고서야 나는 이 이야기가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다. 추리도 아니고 공포도 아니었다. 어쩌면 누군가의 이웃일지 모르는 사람이, 낮에는 웃으며 거리를 활보하고 밤에는 이토록 잔인하게 인간 백정의 짓을 하며 돌아다닌다는 것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그게 만드는 힘을 발휘하게 만든다. 

2009년 프레미오 반카렐라 상 및 총 4개의 자국 문학상을 발표한 [속삭이는 자]는 1권만을 읽고 섣불리 추론을 행하기엔 너무나 단서가 적다. "인간의 어둠에 숨어든 악"이라는 내용만을 보고선 얼마전 읽었던 [인간의 증명]과 비슷하리라 예상했으나 이는 그것과도 닮아 있지 않다. 도대체 인간의 내면엔 어둠과 습함이 얼마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인지 멈추지 않는 수레처럼 돌진하기만 하는 연쇄살인범의 범행은 잡아들여야 하는 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애처로운 것은 신은 묵묵히 지켜볼 뿐이라는 사실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야기의 시작은 간단했다. 

생체정보와 신분확인을 숨기는 이상한 수감자가 발견되었다는 교도소장의 편지 한 장. 
아내가 없는 가정의 가장인 고란 게블러 박사와 남들 모르게 자신을 학대하고 있는 유능한 밀라 바스케스 수사관.
실종된 6명의 아이. 발견된 6개의 팔과 다섯명의 이름.

이 세 문장이 책이 낸 수수께끼를 풀언갈 세가지 열쇠였다. "폴리뇨의 살인마"에 대한 논문을 작성한 바 있는 범죄학과 행동과학 전문가인 도나토 카리시는 [속삭이는 자]를 통해 신의 방조를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인간 내면의 악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악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두려움을 상기시키고자 했을까. 

단 1권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은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2권이 완결이길 바라며 그 속에서는 스토리와 사건의 완결뿐만 아니라 1권이 던져준 모든 수수께끼의 답을 찾아내길 기대하게 된다. 

대체 9세~13세 사이 백인 여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무엇을 증명해낼 수 있다는 말인가. 
[살인의 추억]을 보고난 후기담처럼 나는 [속삭이는 자]의 범인도 꼭 잡고 싶은 동일한 마음이 든다는 표현을 쓰며 추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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