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보수 일기 - 영국.아일랜드.일본 만취 기행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온다 리쿠라는 작가를 처음 만나게 한 작품은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라는 다소 추상적인 제목의 책이었다. 이후 그녀의 매니아가 되면서 출판되는 작품은 족족 다 사보게 되었는데, 그 중 몇몇 권을 제외하곤 열광하게 만들었으며 여전히 나는 그녀의 이름이 붙은 책이 출간되기 무섭게 소장본으로 사들인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쉬운듯 하면서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고가는 매력이 충만하며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명성에 걸맞는 자꾸만 보고싶어지게 만드는 요소를 소설 가득 배치해 도저히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런 그녀가 소설이 아닌 에세이북을 출판했다는 말에 의아해졌는데,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의 여행 에세이는 영국, 아일랜드 그리고 일본에 걸쳐져 있었다.

"여행은 내 소설의 모티브를 얻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밝힌 스토리텔링의 마법사 온다 리쿠는 아이러니하게도 비행기를 싫어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이었다. 스티븐 킹. 아서 c. 클라크, 레이 브래드버리, 스탠리 큐브릭 처럼.  사고로 인한 두려움이 아니라 순전히 상상력에 기인된 공포가 비행기를 무섭게 만들었는데, 그런 그녀가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을 가게 되다니...그 사실이 매우 이례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느껴져 공포를 억누르고도 떠나게 만든 여행의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해져 버렸다. 

또 재미있게도 그녀의 여행 전반은 음주여행기라 칭해도 좋을만큼 술이 빠지지 않았는데, 갈 수 없는 나라를 찾아간 대작가의 취중진담은 그래서 안주처럼 고소하고 알콜맛이 나는 톡 쏨이 포함되어 있는 듯 했다. 

기행문이자 에세이인 [공포의 보수일기]는 비록 원했던 장르인 소설은 아니었지만 오로지 맥주를 마시고 싶다는 일념에 영국, 아일랜드, 체코를 여행한 작가의 여행담이 가득해 만족스러웠고 칼라도 아닌 작은 흑백사진들도 독특한 느낌을 전하고 있다. 보통 여행기라 하면 컬러풀한 사진들 일색에 약간의 글들이 기록되기 마련인데 그녀의 책은 그 반대였다.  비행기를 인간 화물 수송기로 표현할만큼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일본 내의 기린맥주공장, 삿포로 맥주공장, 오리온 맥주 나고공장을 견학할때도 비행기를 이용한 것들 보면 공포도 그 편리함을 앞서진 못했던 것일까. 

맛있는 맥주 거품에서 태어나는 모양의 "에코지로"라는 기린 맥주의 캐릭터도 기역산업 육성 및 청년취업을 위해 쇼와32년에 창업되었다는 오리온 맥주 공장도 인상적이었으며 일본 여행길에 맛보았던 시원하면서도 부드러웠던 맥주맛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다음 일본 여행에서도 그 맥주맛을 다시 맛볼 수 있을까. 

일본 원전에 대한 뉴스들이 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 그녀의 여행기는 또 다른 판타지처럼 읽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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