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지옥 이타카
유메노 큐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가장 순수한 존재와 가장 악마적인 것이 만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천사와 악마가 아니라 순수한 이미지의 "소녀"와 "지옥"이라는 단어가 만나 이루어진 "소녀지옥"이라는 제목의 유메노 큐사쿠 작품은 공포스러운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귀신이나 령의 존재가 인간을 휘어잡고 연쇄살인이 벌어지다 그를 쫓는 형사나 밝혀냄직한 주동인물이 사연을 밝혀내면 그 결말이 흉측스럽거나 종결지어지는 패턴의 공포영화 스토리가 마구마구 떠올려졌지만 겉표지까지 붉은 색이었던 것에 비해 소설은 그런 상상의 공포와는 거리가 먼 소설이었다. 

귀신이나 유령보다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마음의 지옥에 사로잡혀 스스로와 주변을 파괴시켜가는 소녀들의 미스터리가 담긴 내용이었는데 2엔, 10엔의 단위가 대단한 단위로 그려져 시점이 현재가 아닌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구나를 짐작하게 만든다. 1933년을 배경으로 해 단위도 단위지만 "부르주아","빨갱이","프롤레타리아"라는 단어들이 군데군데 등장하는데 이는 꼭 근대 사회주의 문학을 배웠던 시절에나 들었을 법한 단어들이었고 이메일이 아닌 편지가 "고백의 수단"으로 등장하는 모습 또한 지금의 현실과는 달라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꽤 짜임새 있고 미묘스럽게도 애절하게 느껴졌다. 

소녀지옥 3연작과 [동정],[여갱주],[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 굴뚝]등이 함께 실려 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역시 대표작인 소녀지옥 중 [아무것도 아닌]이었다. 그외 [살인 릴레이]나 [화성의 여자]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에서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신분을 꾸며대야하는 여자가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파멸과정이 그려져 있어 흥미로웠다. 

자살한 여자는 간호사로 "수수께끼의 여인"으로 한때 유명세를 치루었던 히메구사 유리코였다. 본명은 호리 유리코였지만 여러가지 사정상 그녀는 이비인후과 의사인 우스키의 병원에 취업하면서 히메구사가 되었고 뛰어난 의술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사랑받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겐 의술외에도 거짓말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태어났는데, 후자로 인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이 결국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독이 되었다. 

"몽상가"라는 뜻의 필명인 유메노 큐사쿠로 활동한 작가는 뇌출혈로 급사하기까지 이처럼 미스터리 작품들을 세상에 내어놓았는데 능숙한 독백체와 서간체의 형식미를 보여준 [소녀지옥]은 단편단편의 이야기로 짜여져 있지만 다 읽고나면 한 편의 장편을 읽은 것 마냥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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