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걸즈
리사 시 지음, 김승욱 옮김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용띠인 펄과 양띠인 메이 자매가 일본 강점기 시절 중국을 탈출해 미국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상하이 걸즈]는 [소녀와 비밀부채]의 작가 리사 시의 소설이다. 전작에서 그녀는 근대화 되지 못한 중국 여인들의 고유한 삶을 그려내며 그 속에서 누슈에 담긴 그녀들의 애환을 잘 풀어낸바 있다.

[상하이 걸즈]는 여전히 전족을 한 여인(소녀들의 어머니)와 현대화된 여인(두 딸)이 공존하는 중국을 보여주며 여인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할 작품이다. 두 딸들에게 미신이라 치부되는 점괘를 믿고 전족을 하며 비겁한 남편일망정 순종하고 살아온 어머니부터 어머니에 반대하면서도 그 가르침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 큰딸 펄이 그 가운데, 결혼전 자유 혼전 임신을 하고 아이를 필요에 따라 버리기도 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하는 작은 딸 메이에 이르기까지 시대는 참 많은 것을 변화하게 만들었다.

1937년부터 1957년 사이를 집중적으로 담아내면서 중국과 LA 양국을 배경으로 중국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꿔왔고 결국엔 중국으로 되돌아가고 싶어했는지 그 마음도 함께 담겨 있는 작품이 바로 [상하이 걸즈]다. 1부 몰락을 통해서는 엄마와 함께 탈출하는 두 딸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일본군에게 강간당하고 죽은 엄마와 강간당해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었지만 살아난 큰 딸 펄이 메이와 함께 미국에 입성하는 이야기가 2부 운명에서는 기성세대에 반항했으나 결국 그들이 만들어준 길로 걸어들어가 중매결혼했던 남자들과 함께 미국생활을 시작한 자매의 이야기가 3부 숙명에서는 딸 조이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남편을 잃게 되는 펄과 평생을 불행했던 메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메리칸 드림. 한국인에게도 중국인에게도 그 꿈은 무엇이었을까.

"배운 여자는 쓸모없는 여자"라는 말이 공자의 어느 배움 속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스스로를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기에 운명을 개척해내고 억척스레 살아낸 두 여인이 자매로 태어나 동서로 묶여 살아가는 삶은 활기차기도 때론 씁쓸하게도 만든다. 매력적인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루이영감의 며느리로 살아남은 자매는 동생이 낳고 언니가 키우게 된 딸 조이로 인해 그 삶의 고통을 보상받고 행복감을 얻어나간다.

그때도 그곳은 과거의 세계였다.....는 말처럼 그녀들의 삶은 비극적인 것도 희극적인 것도 아닌 이젠 과거에 묻힌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남게 되었지만 그 시절 그녀들처럼 꿈을 안고 향했을 또 다른 소녀들을 떠올리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곧 영화화 된다는 [소녀와 비밀의 부채]처럼 이 작품도 영화화 되기를 기대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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