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발 헤어질래?
고예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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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대마왕와 가식대마왕 자매로 만나다

 

스물 아홉의 권혜미. 고난의 직장생활을 거쳐 드디어 등단 작가가 되었다. 수영장에서 만나 의기투합한 "1박 2일 멤버"와 언제나 GO~!!발을 외치며 떠나곤 하지만 현재 그녀의 최대 골칫거리는 글쓰기도 고단한 인생도 아니다. 사사껀껀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왠수같은 동생 지연이 부산에서 상경해 살고 있는 그녀의 집에 얹혀 살게 되었다. 세상에 하늘이 무너져도 솓아날 구멍이 있다는데, 동생과의 동거에서는 도무지 숨을 쉴 겨를이 없다.

 

미국에서 갓 들어온 지연에게 언니와의 동거는 죽을 맛이다. 편입준비중인 남친 재승과도 식을대로 식어버린 관계고 레종,성미(성형미인)와 함께 공대 미녀 삼총사로 불리며 활약했건만 그 재미 역시 한물 가 버린 듯 했다. 게다가 시대때도 없이 토하고 싶어지는데 이것 또한 잔소리 대마왕에게 숨겨야 하니....원, 살맛이 나질 않는다. 당췌!

 

자매가 없어 항상 부러웠던 자매들의 생활이 이토록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가운데 그녀들은 동지라기 보다는 적군으로 만나 어쩔 수 없이 한 배에 탄 것마냥 으르릉대기 일쑤다. 정말 이럴까? 싶을 정도로 옷장에 자물쇠를 채우는 언니가 있질 않나 그 자물쇠를 몰래 따고 언니 가방을 훔쳐내는 동생이 있질 않나...세상에 이런 자매 또 있을까.

 

누구의 "승"이랄 것도 없이 동시에 탈동거를 외치던 그녀들은 각각 방을 구해 따로 살게 되었지만 집은 분리가 될 망정 그들이 자매라는 사실은 분리가 되지 ㅇ낳는 사실인지라 결국 잔소리 대마왕은 떨어져서도 가식대마왕을 챙겨야했다.

 

대한민국 20대 두 자매가 펼치는 달콤살벌한 동거의 끝은 어디일까? 궁금해하던 참에 임신한 지연의 비밀이 밝혀지고 결국 어려울 때엔 핏줄밖에 없음이 증명되듯 혜미는 동생의 태교와 산후조리를 도맡는다. 그리고 결전의 그날, 지연이 낳은 아이는 새카맸다.

 

흑인의 아이를 낳은 지연을 찾아온 남자. 그리고 그 사이 애인이 생긴 혜미. 이대로 해피엔딩일까?

무척 난해하게 보여지던 자매관계 에피소드에 작가의 경험이 묻어났던 것은 아닐까 싶어질 정도로 그녀들의 행적은 한 편의 시트콤을 방불케했다. 흡사 시트콤에서 황정음과 신세경이 붙어 싸우는 것처럼.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지만 골칫덩이인 지연이 떠나는 순간까지 만만한 혜미를 홀랑 털어가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자매들의 유전자엔 어떤 특별한 "돌발"유전자가 포함된 것은 아닌지...의심이 들면서 소설은 막을 내렸다.

 

"오! 하나님, 제가 소원이 있다면 언니와 헤어져 사는 것입니다"라고 빌고 또 빌던 지연에게 가장 힘든 순간에 필요했던 사람은 언제나 언니였음을....그녀는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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