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의 고양이 - 고양이를 사랑한 젊은 예술가를 만나다
고경원 글.사진 / 아트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나로하여금 읽지 못하는 순간,순간 몸살을 앓게 만들었다.  동물을 사람보다 위에 두지 않기에 타인에게 해를 주면서까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진 못하는 편이지만 또한 동물을 사람보다 아래에 두고 있지도 않기에 이유없이 동물을 학대하고 해를 끼치는 동물보다 못한 사람들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조용히 바래보는 쪽이기도 했다.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기 전까지는...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고 내가 유달리 변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눈물이 많아진 것은 맞다.  창 밖에서 굶주린 짐승의 소리만 나도 사료통을 들고 나가고 싶어지고 외출할땐  꼭 조그마한 사료주머니를 넣어다니게 되었다. 길고양이들을 만나면 나누어주기 위해. 어떤 마음이든 사랑하고 함께 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세상은 더 살기 좋아지련만 이유없이 괴롭히고자 하는 못된 마음들이 어느 인간의 마음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애꿎은 길동물들을 학대하고 가족을 괴롭히고 이웃을 못살게 구는지 참 알 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세상이 살만한 곳인 이유는 그 반대의 사람들도 살고 있기 때문임을 책을 통해 전달받는다. 봄날 날씨처럼 따뜻해지는 마음은 책에서 선물받은 가장 큰 기쁨이었는데 고양이의 매력을 작품에 담는 젊은 예술가들의 대부분은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창작열을 불태우게 만드는 것일까. 그저 15시간 이상씩 잠들어 사는 40도의 뜨끈뜨끈한 생명체는 꿈을 통해서 색다름을 전달하는 것일까. 알 수 없는 가운데 예술가 15인의 고양이 작품을 보기 위해 나는 신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책은 버스타고 가다 그냥 내린 모르는 동네의 새로운 길을 탐험하는 것같은 기분이 들게 만들었는데, 어느 페이지에선 돌멩이에 그려진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고, 또 어느 페이지에선 열 네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사는 금속 공예가의 작업실을, 또 어느 페이지에선 빈티지한 매력의 고양이 쿠션과 함께하는 총각의 작업실을, 또 다른 페이지에선 김홍도,신윤복도 울고갈 우리네 전통 그림 속의 유머러스한 고양이 모습이 담겨 있다. 

도자기에 그려진 고양이 모습 하나하나, 그림 속 고양이 한마리,한마리도 너무나 탐이나 도저히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만들었던 [작업실의 고양이]는 얼마나 많은 즐거움이 한꺼번에 담길 수 있는지의 증명이며 고양이와 함께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만드는 책이기도 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10년 이상 단골인 미용실에도 러시안 블루 한 마리가, 자주 가는 카레전문점에도 흰 고양이 한마리가, 천연화장품과 비누공방에도 길고양이처럼 생긴 고양이 두 마리가 살고 있다. 물론 우리집에도 애교쟁이 한마리가 늘어져 잠들어 있다. 그리고 올해엔 주변에 더 많은 친구들이 고양이 입양을 생각하고 있어 여기저기, 어딜가나 고양이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게 될 것 같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기 전엔 주변을 둘러봐도 사람들만 보였는데,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게 되면서 주변엔 고양이도 보이고, 고양이에 관련된 책도 모으게 되고, 다른 동물들도 보이고, 그들을 향해 열린 내 마음도 보며 살아간다. 

고양이와 함께한다는 것. 책 속의 예술가 15인도 그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그토록 아름다운 작품들이 탄생되는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