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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 마음을 읽는 괴물, 헤라클레스 바르푸스의 복수극
카를 요한 발그렌 지음, 강주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의사 요한 피츠는 1813년, 독일에서 눈보라가 가장 많이 휘몰아치던날 샬부인의 집을 방문했다.
부인의 집은 쾨니히스베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매음굴로 많은 여인들이 성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같은 날 이곳에서 다른 두 여인이 출산을 시작했는데 행복하고 부유했던 의사 피츠는 엄마의 골반 뼈를 부수고 나온 한 사내아이를 받아냈다. 제 어미의 죽음을 담보로 세상에 내놓여진 아이는 흉측하기 이를데 없었는데
언청이에 코도 콧구멍도 없이 뱀처럼 갈라진 혀에 양관자놀이에는 혹이 가득했고 피부조차 비늘로 덮인 난쟁이 다리의 사내아이는 하늘이 세상으로의 잉태를 막는 것처럼 탯줄을 감고 태어났다. 의사가 없었다면 죽었을 아이의 운명은 피츠로 인해 되살려지고 같은 날 옆방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소녀 헨리에테만이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주는 가운데 살아남았다. 헤라클레스 바르푸스라는 이름과 함께.
매음굴에서 살아가는 두 아이는 그래도 행복하게 성장하나 싶었더니 어느날 밤 매음굴에 들어와 한 창녀의 가슴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해 가져간 미친놈 때문에 세상은 발칵 뒤집어지고 이 과정에서 창녀들은 뿔뿔히 흩어진다. 소녀와 헤어진 헤라클레스에게는 어릴적부터 남보다 뛰어난 능력이 있었는데 그 능력으로 헤라클레스는 긴 세월동안 소녀를 찾아 헤매고 또 범인에게 응징의 복수를 해낼 수 있게 된다.
그 능력이란 마음을 읽고 상대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것으로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지만 이 능력이 헤라클레스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었고 소통을 가능케 해주었다. 남들의 모진 손가락질과 눈빛에도 살아갈 힘을 놓지 않았던 헤라클레스가 세상을 향한 처절한 복수를 결심한 이유는 단 하나의 사랑, 헨리에테 때문이었다. 그 옛날 가슴을 잘라간 변태가 권력자인 판사라는 사실을 헬라클레스는 능력을 통해 알고 있었고 그가 그간 헨리에테를 목표로 그녀를 탐하며 괴롭혀 온 사실 또한 알게 되었으며 종국엔 헤라클레스의 딸을 낳은 헨리에테를 죽도록 만든 장본인임도 밝혀내어 그를 자살처럼 위장하여 죽게 만든다.
모든 복수가 끝났지만 [향수]의 주인공처럼 사이코 패스가 아니었던 까닭에 그는 추후 장애인들끼리 뭉쳐사는 섬으로 유명해진 한 섬으로 들어가 그들의 존경을 받으며 조용히 여생을 보내다 사라졌다. 처음 시작에선 만화 [몬스터]가 떠올려지다가 상상만큼 잔인하거나 작의적이지 않았던 이유로 조용히 한 사내의 복수극으로만 끝난 소설은 마치 [오페라의 유령]처럼 쓸쓸한 퇴장으로 마무리 되어져버렸다.
이런 소설을 가운데 두고 시작은 가까운 친척 포겔양에게 보내지는 편지로 시작되어 흥미를 돋우고 소설을 다 읽게 되면 편지를 쓰는 인물이 어째서 포겔양과 가까운 친척이 될 수 밖에 없는지 사연을 이해하게 되지만 정작 우리가 조심해야했던 괴물은 겉모습이 흉측했던 헤라클레스가 아니라 멀쩡한 겉모습으로 살아왔던 변태판사가 아니었을까. 다만 하늘의 유머러스함은 겉모습에 가려 그 참모습을 우리가 판가름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현실과 소설의 경계를 없애버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도 멀쩡한 겉모습으로 우리를 속이는 그들이 섞여 살고 있을테니까.
마음을 읽는 괴물은 그런 의미에서 다시 읽어도 좋을 소설처럼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