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치로리
오키 토오루 지음, 김원균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종교인이나 연예인을 제외한 일반인들의 장례식에도 이만큼의 사람이 모이지는 않을 것이다. 300여명이라니...
한 마리의 개를 추모하기 위해 300여명의 사람들이 모인 것은 그만큼 이례적인 일처럼 비춰졌는데, 2006년 4월 30일 암으로 세상을 떠난 개 치로리는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15살로 추정될 뿐 고아개였던 치로리는 쓰레기장에 버려진 개였다.  아이들의 도움으로 귀신의 집같이 더러운 요양원 건물로 옮겨져 보살핌을 받았으나 출산으로 5마리 강아지를 돌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흰색 강아지 4마리, 검은색 강아지 1마리까지 도합 6마리의 개들은 그렇게 방치되어 있었는데, 저자의 도움을 통해 강아지들은 좋은 입양처를 찾아 떠나고 치로리는 치료견으로 거듭났다. 

사실 치로리는 볼품없는 개였다. 잡종견의 표본으로 어디 하나 균형잡힌 곳이 없어 보이는 외모의 개로 오른쪽 귀는 서고, 왼쪽 귀는 접힌 짝귀에다 꼬리 길이도 어정쩡한데 긴 허리에 짧은 다리, 그것도 누군가에게 맞아서 절뚝거리는 개 치로리. 그런 치로리는 훈련소 허스키들을 특유의 리더십으로 사로잡고 암에 걸린 동료개의 마지막을 함께 지켜냄으로써 치료견으로서의 능력을 드러낸다. 

보통 1년의 훈련과정을 거쳐야 치료견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에 비해 치로리는 5개월만에 과정을 수료했고 히키코모리가 된 소년 료이치, 개를 무서워했던 라쿠 할머니, 말못하던 헤이코 할머니, 걷기 시작한 하세가와 아저씨 등등 많은 사람들의 치료를 도우면서 활짝 웃는 얼굴로 그들의 미소까지 얻어냈다. 개 한 마리가 일으킨 기적은 가히 놀라울 정도였는데, 15살에 유방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녀는 더불어 사는 삶을 몸소 실천하며 눈으로 마음을 전해 사람들의 상처를 녹이곤 했다. 

어린시절부터 말을 더듬는 언어장애를 가졌던 저자도 치로리의 이런 잠재능력을 알아봤던 게 아닐까. 

특별한 삶을 살았던 치로리. 
이 개를 위해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녀가 세상에 일으킨 기적을 기억하며 고마움을 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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