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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의 비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표제작 [지하도의 비] 는 배신의 반전을 맛보게 하는 단편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조그마한 여인, 작디작은 아사코는 이토 미쓰루에 배신당했다. 같은 직장에 다녔던 그는 결혼 이주 전 "미안, 어쩔 수 없었어"라는 단 한마디로 결혼을 뒤엎었고 이후 아사코는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 멍하니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 앞에 같은 상처를 지닌 모리이 요코가 나타나지만 곧 호의는 악의로 변했고 심술궂은 말투와 더러운 말을 내뱉는 본성을 내보이며 그녀는 아사코와 우연히 만난 아쓰시를 향해 마수를 뻗는다.
수제품이라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다던 동백꽃이 그려진 넥타이 때문에 요코를 다시 만나게 된 아사코는 그제서야 배신의 반전에 대해 듣게 되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이 된다.
[결코 보이지 않는다] 는 "큰 덩치에 비해 상냥하다"는 평가를 받는 미야케 에쓰로에게 어느날 밤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좀처럼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다 함께 서 있던 노인에게 합승을 제안하지만 한 대도 서지 않는 택시 탓에 두 사람은 밤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시작된 노인의 넋두리. "나는 운이 나빴어"를 반복하며 인연의 줄처럼 임종을 지켜주는 상대와도 검은 실로 묶여있다며 가족이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비명횡사시 자신이 그 상대를 위해 나서야 해서 당신 앞에 나타났다는 섬뜩한 말을 내뱉는다. 이윽고 에쓰로가 사고를 당하게 되고 이 모든 것이 꿈인지, 죽은 그가 다시 생을 꿈꾸고 있는 것인지 모르게 단편은 끝나버린다.
부두에서 죽음의 다이빙을 한 일가족 네명의 사인이 사고인지 자살인지를 두고 주변인들의 인터뷰가 계속되는 [불문율] , "너 한테는 내 얘기를 들을 의무가 있다" 며 밤마다 전화 걸어오는 변태에게 전화의 정령 이야기를 들려주며 마지막에 강제 집행이 이루어지는 [혼선] , 살인범의 뒤를 쫓는 형사반장의 이야기인 [무쿠로바라] 외에도 두 편이 더 실려 총 일곱 개의 단편이 수록된 [지하도의 비]는 마치 비오는 날 눅눅한 공기 속에서 책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읽게 만드는 책이다.
욕망이나 상처보다는 기괴하고 기묘한 미스터리 일색인 책은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일면을 엿보게 만든 좋은 단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