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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ㅣ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하늘마저 움직이 남자의 마음이 세월을 뛰어넘어 그의 사연을 이야기하게 만든다. 도쿄의 번화가에서 한 노인이 소비세 12엔 때문에 여주인을 칼로 찔어 죽이는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러워진다. 소비세12엔. 과연 그 돈 때문에 불거진 사건일까.
요시키 형사는 찜찜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사건을 파고들었다가 노인이 전과자임을 밝혀낸다. 나메카와 이쿠오라는 이름으로 유아유괴 살인사건으로 26년간 비참하게 복역했던 사람이지만 이름뿐만 아니라 그 죄 역시 올바르지 못한 제국주의, 군국주의에 물들어 있던 깡패 형사의 억지스러운 조작으로 억울하게 뒤집어쓰게 된 죄명이었고 노인의 진짜 이름은 "여태영"이라는 한국인이었다.
일제에 의해 사할린 노동자로 동생 태명과 함께 끌려와 가진 고생과 수모를 겪었던 태영은 쇼와 32년, 동생과 그의 연인을 위해 서커스를 탈출했지만 그녀의 배신으로 동생이 죽고 말자 기묘한 열차 사건을 꾸미게 된다. 그 후 30년 시공을 뛰어넘어 그 여자를 발견한 그는 치매노인처럼 위장해 그녀를 죽임으로써 동생의 복수를 마무리했다.
감옥에서 태영이 쓴 소설은 진실이자 펜으로 행한 일본인이 범한 죄의 응보였으며 그들을 향한 불편한 진실을 폭로한 것이었다. 감옥 안에서도 밖에서도 태영의 삶은 이리 밟히고 저리 밟히는 삶이었으니 안팎의 구분지음이 따로 있진 않았겠지만 마지막 부분에 "지독한 꼴을 당하게 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로 형사 요시키의 입을 빌어 한 사과는 그 한마디로는 너무나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샷쇼 선과 하코다테 선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기묘하기 짝이 없었는데, 투신자살로 열차가 멈추기도 했고 광대의 권총자살과 30초만에 시체가 사라진 사건이 일어났고 투신 시체가 일어나 걸어다니더니 결국 기차가 탈선한 사건을 다룬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한국인으로서 읽기엔 불편한 진실이 많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힘없이 끌려간 동포들의 비참한 삶과 마주해야하는 현실이 한국인으로서 읽는 우리를 향한 불편한 진실이라면 그들을 박대하고 벌레처럼 취급한 과거는 읽는 일본인이 마주해야할 불편한 진실인 셈이다.
양국의 불편함 가운데서도 현재의 그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가장 슬픈일이며 8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 20세기 미스터리 30에 선정된 이 작품이 아무쪼록 널리 읽혀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반성이 일도록 했으면 한다. 일본인으로, 더군다나 사랑받는 인기작가로 선뜻 쉽게 택하지 못했을 선택을 용감히 해낸 시마다 소지같은 일본인이 일본내에서도 점점 많아져 그들이 정신대나 731부대에서와 같은 악행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일들이 일어나기를 바래본다.
군국주의. 정의사회를 구현한다는 놈들이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을 즐기던 시대. 작가 스스로가 정말 싫은 시대라고 회상하던 그때가 소설의 배경시점이며 사할린으로 조선인들을 강제징용하고 정신대로 조선여인들을 팔아넘기던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