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인형

잠자는 인형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3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작가는 독자가 지불하는 돈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으며 여러번의 탈고 끝에 읽을 거리를 우리 앞에 내어 놓는 성실한 작가 제프리 디버. 그의 이런 생각은 작품에도 묻어나 어느 권을 집어들더라도 재미에 푹 빠지게 만든다.

아쉽게도 캐트린 댄스 시리즈보다는 링컨 라임 시리즈가 더 재미있다. 단순히 반전과 트릭의 문제가 아니라 주인공 캐릭터가 가지는 불멸의 영웅성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인 듯 하다. 사별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뛰어난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은 캐시 라익스의 [본즈]를 비롯 이제껏 많아왔지만 전신마비 법의학자가 자신만큼이나 뛰어난 범인들의 정체를 밝혀낸다는 점은 어느 소설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처음 링컨 라임을 발견했을때 그 놀라움은 시리즈가 회를 거듭해 9회에 까지 이르렀지만 꺼지지 않는 불처럼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 링컨 라임이 등장하는 일곱번째 작품 [콜드문]에서 캐트린 댄스가 처음 등장한다. 사건이 끝난듯 하지만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고 결국 검거에 도움을 준 용감하고 멋진 여성. [잠자는 인형]은 그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이 한 권으로 캐트린 댄스 시리즈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캐트린은 CBI 수석요원이다.

CBI라하면 [멘탈리스트]가 떠오르는데 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의 줄임말인 CBI에서 캐트린은 테레사 리스본처럼 수성요원인 것이다. 그런 그녀가 레이먼드 펠을 감옥에서 놓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공범들의 도움을 받아 탈옥에 성공한 펠은 주도면밀하게 자신만의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수사망을 빠져나간다.

거짓말을 짚어내기 위해 심문자가 살펴봐야할 세가지인 비언어적 행동, 언어적 특질, 언어로 표현된 내용 등 3종 세트에 달인인 캐트린이 어쩌다가 사악한 남자 펠을 놓쳤던 것인가 에 주목하기 보다는 펠의 공범들이 펠과 어떤 관계인지 알아가는 일이 더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용하는 자와 이용당하는 자. 뒤집고 뒤집히며 결국 펠 역시 이용당하는 자 였음이 밝혀지고 사건은 펠이 저질렀던 윌리엄 크로이튼 가 살해사건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아이들을 이용해 불륜을 저지르던 윌리엄 크로이튼과 그의 아내, 두 아이가 펠에 의해 살해되지만 막내 테레사만은 살아남는다. 장남감들에 묻힌 채 침대에서 자고 있었던 테레사는 그 이후 "잠자는 인형"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이모에게 입양된 채 신분을 감추고 살아가다 펠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소설을 읽으며 살인자에게 열광하고 그들의 팬임을 자처하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그리고 위험한지 알게 된다. 드라마나 소설을 통해 이런 소재들이 심심치 않게 내보여지는 것은 정말 이런 사람들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기 때문이 아닐까. 보통의 도덕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꿈또 꾸지 않을 그런 행동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