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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가족 - 일본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가 펼치는 좌충우돌 이야기
히다카 히로시 지음, 임숙경 옮김 / 럭스미디어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책의 후미에 이런 말이 덧붙여져 있었다. 아내와 크게 싸워 이혼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이 책은 출판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그의 말을 듣고 편집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럼 [나는 이렇게 살다가 이혼했다]라고 제목 붙여도 좋으니 출판될 거라고. 두 사람의 말을 읽으며 웃게 된 까닭은 책의 전반에 묻어나던 웃음의 조각이 마지막까지 붙어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39세의 이혼남 히다카 히로시는 프리랜서 작가다. 언제부턴가 한국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지인의 소개로 동갑내기 한국 여인을 만나면서 그 꿈이 현실이 되었다. 은주. 그녀의 이름은 은주다.
이상적인 아내로 한국 여성을 꿈꿔왔던 그는 아내와 함께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일본으로 건너가는데 결혼식의 시작과 동시에 문화적 차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에겐 당연한 일인 폐백과 자동차 뒤에 달린 깡통들. 그때까진 재미있게 보였던 문화적 차이는 생활로 들어가 다름으로 다가왔을때 그들은 모두 당황하기 시작했다.
서른 아홉이라는 신부의 나이를 성숙되었을 좋은 나이로 받아들여준 시아버지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두려움이 있던 시어머니와 함께하며 시작된 일본생활. 서른 아홉 해를 한국 풍습을 익히며 살아온 아내는 이불 빨래에서부터 청소법에 이르기까지 이방인이 되었다. 설거지법까지 다르다니...가깝고도 먼 나라가 일본이 맞긴 맞나보다.
하지만 그는 아내가 아닌 자신의 시선에서 양국을 비교하고 합리적인 쪽을 칭찬하고 있다. 일본에서 산 시간과 한국에서 산 시간을 통틀어. 깜짝 놀랄만큼 맘에 들었다는 한국의 전세제도를 비롯해서 그에게 한국은 하대의 국가가 아니라 대등하면서도 다르기에 관심이 가는 국가인 듯 했다.
순하지만 고집센 일본 남편과 유별나지만 마음 여린 한국인 아내는 여전히 함께 살고 있을까. 그것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