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는 당신입니다
로레타 엘스워스 지음, 황소연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이식된 심장이 다른 성격을 가져온다고 입증된 바는 아직까지는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종종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서 심장 이식을 받은 사람들이 이전과는 다른 성격을 드러내며 결국 이식된 심장의 주인처럼 군다라는 소재로 사연이 엮어져 소개되는 것을 본 일은 많다. 정말 다른 느낌이 들까. 

버려지는 것과 얻어지는 것은 다를 것이다. 매번 주기별로 탈락되는 각질이나 정기적으로 깎아야하는 손톱발톱은 버려지는 것들이라 이물감보다는 시원한 감이 있지만 장기이식처럼 남의 것을 내 것으로 접붙이는 것은 내 것과는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다리가 부러져 철심을 박게 되거나 성형수술로 실리콘을 넣게 되거나 심장 이식을 하게 되면 내 몸과 다른 그 무언가가 느껴질 것만 같다. 꼭 소설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이해되는 가운데 [안녕하세요 나는 당신입니다]를 읽게 되었지만 소설은 생각만큼 처절하거나 슬프지는 않았다.  극성맞은 엄마로 인해 피겨 스케이트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열 여덟의 반항적인 이건은 1.25센티미터가 만들어낸 불행으로 인해 죽었다. 천재적인 재능으로 피겨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던 이건.  스스로도 상식으로 알고 있는 위대한 피겨 스케이트 선수 뒤의 극성스러운 엄마에게 간혹 "심한 사람에게 심하게 말하는 건 당연해요"라고 응수하던 딸이긴 했지만 그녀는 삐뚤어졌거나 비행청소년은 아니었다. 그저 자유스러운 10대를 누리고 싶어한 평범한 여학생일 뿐이었다. 

노환의 할아버지를 병문안 다니던 이건이 우연히 사인하게된 장기기증서로 인해 그녀의 심장은 죽은 뒤 열 여섯의 아멜리아에게 주어지고 오랫동안 심장때문에 병원에 누워 있던 아멜리아는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석달 안에 생을 마감해야했던 그녀에게 새 삶이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새로 단 심장은 어딘지 모르게 자꾸만 이물감이 들고, 성격도 예전과 달리 엄마를 향해 반항적이고 욱하는 말들이 튀어나오는 것 때문에 스스로도 많이 당황스럽다. 그래서 비밀이긴 하지만 자신에게 심장을 기증한 사람과 그 가족에 대해 알고 싶어진 아멜리아. 

결국 남자친구와 함께 이건의 집으로 향하고 그 곳에서 이건의 가족들과 만나면서 비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새 삶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멜리아의 가족도, 이건의 가족도. 이건 역시 하늘에서 할머니와 만나게 되고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게 된 삶을 받아들이고 행복해진다. 

소설은 고통이 아닌 소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환상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찢어지는 고통이나 슬픔의 시간을 축소시키고 받아들임으로써 행복해지는 시간에만 머무르고 있다. 그래서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로 완성된다. 

세포 기억 이론을 이식 수혜자 전원이 경험하는 일은 아니기에 맞다 아니다를 논할 순 없겠지만 소설은 울혈성 심부전증을 앓고 있던 아멜리아가 경험한 짧은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로 만날 순 없지만 마주친 두 소녀의 특별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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