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의 글들을 읽다보면 언제 어느 신문에선가 보았던 사건을 담아놓은 듯한 사회고발적 내용들이 눈에 띄여 섬찟할때가 있다. [지구인]을 처음 읽게 된 날도 그랬다. "완전범죄야 말로 내가 꿈꿔오던 이상이며 환상이다"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읽을때처럼 섬찟하면서도 오싹해지는 무언가가 전달되어 왔다. 작가가 특별히 마음에 부담을 안고 있다고 고백한 소설인 [지구인]은 1974년 "이종대","문도석"이 벌인 갱사건을 신문에서 접하고 구상하게 되었다는 작가 최인호의 작품이다. 이종대는 도주,문도석은 자살한 상황에서 자신의 가족을 인질로 삼고 경찰과 대치중인 이종대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아니 사실은 이종대의 배다른 동생 이종세의 현재로부터 이야기는 출발하고 있다. 이종세는 월남전후 이만길로 살고 있는 인물로서 형 때문에 자신의 본명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형보다는 자신의 가족을 지키는 것이 더 우선인 남자다. 아버지와 형을 살리기 위해 인민군에게 담임선생님이 숨어 있는 장소를 제 손으로 알려 밀고자가 된 어린 소년 종세는 정읍이 지긋지긋해져 서커스에 합류하며 가족곁을 떠났다. 반면 형 종대는 구로동 갱사건, 국민은행 아현지점 갱사건, 이정수 살해, 아내 황은경과 자녀들 살해 등등으로 현재 경찰과 대치중이지만 스스로도 자살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종대의 회상점은 그가 미군부대를 탈영하게 된 사연을 보여주면서 시작되는데, 자신이 처음 범한 여인 영국이 결국 몸파는 여인이 되어 미군에게 매맞으며 사는 것을 보고 그녀를 찾아가기 시작하지만 성병에 걸리고 매맞다가 버려질 운명을 구제하고자 맘먹은 순간 영숙의 남편 마이클을 때리고 도주하게 된다. 함께 탈영한 근식이 금광에서 죽자 초인으로 살기로 결심한 종대는 떠나온 세계속 자신의 삶을 버리고 다른 삶을 꿈꾼다. 그랬던 그가 어째서 세월이 지난 후 살인범이 되고만 것일까. 1권에서는 전혀 살인범이 될 여지가 없어보이는 남자와 그의 형제의 과거가 언급되고 그들을 미워하기 이전에 그들을 이해할 시간이 주어진다. 자기 파괴를 넘어선 세상 파괴자로 낙인찍혀버렸지만 그들이 과거에는 인간이었음을, 인간의 삶을 살았음을 이해하게 만드는 부분이라 꼼꼼히 유심히 읽게 되었다. 앞으로 2권,3권이 남아있지만 소설을 읽으며 나는 꽤 많이 슬퍼질 것같다. 인간이 제 방향대로 살지 못하고 인간의 삶을 벗어나는 것을 바라봐야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임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