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우스의 길
후지와라 이오리 지음, 정경진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한 여자를 위해 살인을 계획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면 많다.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만 봐도 그러니까. 하지만 후지와라 이오리가 창조해낸 남자는 좀 특별했다.

 

분명 한 여자를 위해 살인을 계획했지만 그는 살인하지 않았고 여자 주변을 맴돌며 성장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세월은 그를 그녀 앞에 데려다 놓았다. 한참 후에야.

 

 

곁에 가지도 못할 거면서 잊혀지지도 않는 여자가 있었다. 재능이 뛰어나 유명한 연예인이 되었다가 재벌의 아내가 되어 있는 여자. 화려하고 행복할 것만 같았던 그 여자의 과거는 찢어진 걸레처럼 너덜너덜했고 이 비밀이 결혼과 함께 묻혀진 줄 알았는데 어느날 남편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협박편지는 그녀를 십대의 힘없는 소녀로 다시 되돌려 놓은 듯 했다. 그리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그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운명이 달콤한 것인지 잔인한 것인지 소설을 읽으면서 판단하기 힘들어졌다. 그리워했지만 오늘이 행복하며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다시 만나지는 것이 과연 행운인 일일까. 세상엔 그저 묻혀진 채로 지나갔으면 하는 일들이 있는데 아키코의 과거가 그랬다.

 

엄마의 재혼으로 곧 이사갈 예정인 다쓰야는 절친 가쓰야와 함께 식칼을 사서 품에 안았다. 두 소년이 소중히 여기는 소녀인 아키코를 위한 일이었다. 술주정뱅이 친 아빠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는 아키코는 급기야 손목을 그어버리고 두 소년은 친딸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아비를 단죄하기 위해 살인을 계획한다. 실제 사건이라면 뉴스에서 접해질때 참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되었겠지만 소설은 보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쪽으로 독자를 설득시켜 나가고 있었다. 어른들의 손으로 지켜지지 않는 힘없는 아이를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주고자 하는 어린 소년들의 마음이 급기야는 바르지 못한 일을 하도록 결정지어졌지만 운명은 소년들의 편이었는지 아키코의 아비는 그냥 실족사 해 버렸다.

 

전학간 다쓰무라가 광고회사 사원이 될만큼 세월이 흘렀고 그 사이 TV를 통해 데뷔해 큰 인기를 얻었던 아키코는 재벌2세인 도시유키와 결혼한 상태였다. 신데렐라로 알려진 아키코의 과거에 대한 협박장이 도착하기 전까지 다쓰무라는 그저 먼발치에서 그녀를 보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아키코를 위해 과거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결국 오랜만에 만난 가쓰야를 통해 당시 불량학생이었단 야마무라가 협박장을 보낸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됨과 거의 동시에 가쓰야가 그를 칼로 찔러 단죄하는 사건이 일어나버렸다. 복수코드도, 기업소설이라 하기에도 100%는 만족스럽지 않은 가운데 [시리우스의 별]이 TV드라마로 방영된 바 있다는 소식에 반가워져 드라마를 찾아보고 있다. 원작과 비교하며 시청하다보면 또 다른 감동을 전달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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