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규 작가의 [트렁커]를 읽으면서 유쾌함과 안쓰러움이 교차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막장 콩가루 집안사의 대명사로 기억될 [불량가족 레시피] 역시 두 개의 기분이 시소시소하며 저울질 되고 있다. 이보다 더 불량스러울 수 있을까.가족의 이름으로?? 사실 막장스러움으로 치자면 도덕성까지 상실한 가족의 진면모를 보여준 이홍작가의 [성탄피크닉]을 들 수 있겠고, 가족간의 상처를 극명히 들어낸 소설은 [고령화 가족]을 꼽을 수 있겠지만 [불량가족 레시피]는 [트렁커]처럼 아픔을 유쾌함으로 승화시켜 탄생되어 읽는 내내 이상스럽게도 즐거웠다는 점을 높이살만한 소설이다. 나중엔 특.별.히. 죄스럽게 느껴질만큼 그들 가족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유쾌함이 통쾌함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누가 물어보아도 웃음을 촉발시키는 힘을 가진 소설이라고 권해줄만큼 그들의 불량스런 진화는 계속 바라보게 만드는 매력을 발산한다. 극성스런 할머니 탓에 집나가버린 할아버지. 할머니가 극성스러워진데는 할아버지의 처신에도 문제가 있긴 했다. 세번째 여자인줄 모르고 사기결혼 당한 할머니에게 남겨진 것은 혼인신고서와 첫번째, 두번째 여자가 낳아놓은 세 명의 아이. 게다가 할아버지 사이에서 두 아들까지 낳게 되었지만 할아버지는 집을 나가버렸다. 이십오년 전쯤. 할머니가 키워낸 두 아들 중 큰쪽인 아빠는 여러 사업을 다 망해먹고 현재는 개인정보를 빼내어 팔아먹는 불법적인 일에 종사하고 있다. pd수첩에 신고해도 방송될만큼 자녀들을 학교까지 빼먹게 만들며 부려먹고 있는 중이며 결국 빚과 사기로 인해 구속되어 버린다. 배다른 언니와 오빠는 어떤가. 어린 동생에 대해 살뜰한 감이라곤 태어날때부터 없었던 그들은 각각의 이유로 집을 나가버리고 할머니의 작은 아들인 삼촌마저 가출한 지금 40평대의 월셋집엔 덩그러니 욕쟁이 할머니와 손녀만 남아있다. 할머니에겐 "송장 칠 나이에 똥 걸레 빨게 한 년"인 주인공 여울이는 여고 1학년 생이지만 나름 계획있는 가출을 꿈꾸며 저축(?)하고 있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정상인이라 믿고 사는 소녀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가족의 계보를 다시 쓰는 이 불량 가족은 [홈리스 중학생]에서 보여진 쓸쓸한 가족의 해체가 아니라 그럴만했다는 식의 이해가 되는 가족의 해체를 보여주며 우리를 서글프게 만든다. 하지만 마음이 쓰라리고 눈물이 날만하면 날려주는 할머니의 독설 탓에 독자는 슬퍼할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다. 웃느라 정신이 쏘옥 빠져선....... 이런 가족의 자서전을 쓰란다. 학교에선. 도덕 꼴통은 말도 안되는 숙제를 내어주는데 안쓰고 반항할 수도 있지만 대상이 탈 상금의 유혹 또한 만만찮다. 그 금액이면 가출저금에 큰 보탬이 될 것만 같아 망설이다 가족이 다 해체되고 나자 드디어 자서전을 쓸 용기가 생긴다. 꼴통 도덕의 말처럼 "위기에 처했을때 비로소 인간은 진화 되는 것"임으로. 확실히 여울이의 인생의 "황금기"는 현재는 아니다. 좋아하는 소년은 베프에게 미쳐있고 가족은 해체되고 코스프레 의상비를 마련하지 못해 허덕이는 현실은 아침 눈뜰때마다 변함이 없다. 옆자리엔 여전히 그녀를 향해 독설을 날려주시는 할머니가 누워 있다. 세상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지만 가족을 바라보는 여울의 시선은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불량가족 레시피]는 꽃샘추위부터 따뜻해지는 봄에 읽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읽는동안 추위에서 벗어나 따뜻해지는 것이 꼭 바깥의 날씨와 동일하게 체감되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