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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돔 3 - 완결 ㅣ 밀리언셀러 클럽 113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원인보다 결과에 더 주목하게 만드는 책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몰아치는 힘을 가진 작가 스티븐 킹의 소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야기의 제왕의 머리를 빌려 세상에 나온 소설은 한 마을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결코 그 마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눈먼자들의 도시]를 읽으며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갇혀 있는 공간이 얼마나 삽시간에 폭력적으로 변해갈 수 있는지 깨닫고 한동안 공포스러움에 치를 떨었다. 역경 속에서 서로 힘을 보태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권력을 잡고 약한 자를 짓밟는 무리들이 생겨나는 일은 인간사회이기에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생각되어질 정도로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절망의 구]에서처럼 유쾌하면서도 재미난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그 소설은 우리가 언제나 야만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잊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킹의 3부작 [언더 더 돔]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한 순간에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이 생겨버린 투명 돔으로 인해 돔 안의 마을은 물론 밖의 세상도 혼란에 빠져버렸다. 비행기가 폭발하고 살인이 일어나는 등 지옥처럼 변해가는 상황 속에서 지키려는 자들과 밟으려는 자들 사이의 갈등의 골도 점점 깊어져갔다.
상주인구가 천여 명 가량이던 체스터스밀 마을은 이제 내부인구는 줄고 외부 방문객은 늘어나는 이상한 마을로 유명해지고 있었다. 특히 10월 27일이 "돔 방문일"로 정해지면서 모여든 사람들로 마을 외부는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그 혼란을 틈타 바비 일행은 돔의 외부로 탈출할 수 있었다. 완벽해 보이던 돔 역시 틈은 있기 마련이었다. 폭력의 현장에서 탈출하면서 그들이 느낀 안도감이 전기감전되듯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귀신이나 좀비가 나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토록 무섭고도 절실한 느낌을 받을수 있다니......!!! 진정한 공포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알려준 킹은 결국 폭력의 환경이 돔으로 인한 것이 아님을 직시하게 만든다. 수단이었을망정 돔이 이 모든 상황을 몰아온 것이 아니었다. 수단을 상황삼아 악용한 것은 역시 인간이었던 것이다.
킹의 소설 중에 [언더 더 돔]이 가장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까닭은 인간이 인간을 향해 행하는 죄의식 없는 잔인한 행동들이 점층적으로 그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백과사전만큼이나 두꺼운 세 권의 책을 읽으면서 지루하기 보다는 소름 돋을 정도로 오싹오싹해졌다. 역시 공포는 상상력처럼 점점 더 커져도 그 한계점이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