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악마의 눈물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2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
제프리 디버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길 원한다. 좋아하는 취미가 일이되면 얼마나 좋을까를 꿈꾸면서..하지만 그것이 살인이라면? 그래도 그는 자신의 적성을 찾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소설을 읽으며 살인이야말로 대량 학살범 디거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기에 그가 멈추지 않는 폭주기관차처럼 기염을 토해가며 사람들을 죽이는 장면에서 이런 의문이 문득 들기 시작했다.
도덕적 잣대로 보자면 답은 분명했다. 하지만 사이코 패스나 소시어 패스에게 도덕적 잣대는 이미 본능도 학습도 아니다. 그런 그들에게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하면 우리와 다른 답변을 얻게 될테니....고민에 대한 적절한 답은 수학적 계산처럼 똑 떨어지게 찾아지지 않았다.
제프리 디버의 소설 중 링컨 라임 시리즈는 아니지만 링컨 라임이 잠시 특별출연을 하는 반가운 소설인 [악마의 눈물]은 의문문서감정가와 무차별 대량 학살범 디거 그리고 그를 조정하는 배후의 인물로 삼파되어 스릴러의 무게감을 나누어 지고 출발된다.
종말이 다가왔고 디거가 풀려났고 돈을 내지 않으면 4시, 8시, 12시에 사람을 죽이겠다는 협박장이 워싱턴 D.c의 시장 케네디 앞으로 도착되지만 편지를 가져다 둔 길버트 하벨은 트럭 뺑소니사를 당한다. 그 역시 배후범인의 짓임이 후반부에 밝혀지지만 어쨌든 수사관들은 배후범이 죽어버리고 더이상 주군가의 지시를 받지 못하는 디거의 폭주 살인에 촛점을 맞추며 수사해나간다.
그 와중에 시장 앞으로 도착된 편지를 통해 프로파일링을 해보고자 한 수사관들은 의문문서 감정가 파커 킨케이드를 데려오고 전처와 양육소송에 휘말리기 직전인 그는 자신의 신분위장을 조건으로 "토머스 제퍼슨"이 되어 사건에 참여한다. 과거 아이들이 범인에게 노출되어 정신적 상처를 입었던 일이 붉어져 자칫 전처에게 아이를 빼앗길뻔했던 그는 살인자를 잡아 더이상의 희생을 막으면서도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10시간 동안 종이와 사투를 벌인다.
8시 55분 섣달 그믐. 러시아워의 워싱턴 거리 디거는 명령대로 9시 정각에 방아쇠를 당겨 거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24명을 사살하면서 단 몇초사이에 1백발의 탄약을 소진시켰다. 이미 매사추세츠,뉴욕,펜실베니아에 이어 워싱턴에 이르기까지 계속 남하하고 있는 배후범이 정말 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은 무차별 대량학살은 멈출줄을 모르고, 워싱턴은 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형사가 종이에 연필을 문질러 필흔을 나타내는 것은 필흔의 파괴로 인한 직무상 과실임을 처음 알게 해준 똑똑한 스릴러 [악마의 눈물]은 링컨 라임이 등장하지 않아도 꽤 멋진 스릴러로 완성되었지만 그간 제프리 디버가 그의 소설에서 보여주었던 한결같은 몰입도에는 미치지 못한 작품이었다. 빠른 전개로 인해 지루한 부분은 없었지만 무언가 2%쯤 빠져 있는 듯한 허탈감을 맛보게 만든 최초의 소설이었으며 절묘한 이야기 속에서도 뭔가를 더 갈구하게 만드는 아쉬움을 남게 했다.
10시간이라는 시간적 제한 속에서 모든 일들이 빠르게 진행되어 가지만 반대로 그는 144p를 통해 가장 힘든일은 기다리는 것이며 기다리는 일에는 결코 익숙해질 수가 없다 라는 묘한 뉘앙스의 아이러니를 심어놓고 있다. 반전만큼이나 상황과는 반대되는 매력적인 문장이 숨어 있는 악마의 눈물은 제프리 디버만이 써 낼 수 있는 작품 중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약간의 아쉬움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