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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사부 - 제1회 포항국제동해문학상 수상작
정재민 지음 / 고즈윈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지금도 어김없이 깨어있는 새벽시간.
2011년에는 12시 땡하면 잠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새해가 시작되고 3월이 열렸는데도 나는 여전히 새벽에 잠들지 못하고 있다.
조용해서 유달리 좋아하기도 하지만 또다른 이유로는 시작과 끝이 함께하는 시간이라서다.
나는 아직 잠들지 못하고 있지만 이 시간,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태어나고 또 누군가는 사라졌겠지...
그래서 새벽시간은 깨어있는 인간을 겸허하게 만든고 겸손을 알게 가르친다. 이 시간 깨어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소중하면서도 건강을 위해 이젠 좀 일찍 자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왕 주어진 시간동안 낮에 읽었던 한 주인공을 떠올려본다. 이름도 낯선 이의 생애를-.
이사부. 그는 누구일까.
드라마 [선덕여왕] 종영되면서 미실과 신라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 서서히 식어가던 즈음해서 나는 [소설 이사부]를 만났다. 태자 자리를 두고 운명은 잔인하게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아비가 혈육의 손에 의해 생매장 당하고 어미가 낯선이의 땅으로 내쳐지면서도 그 모든 운명을 모른채 그는 사랑하는 여인조차 얻지 못하고 죽은 자가 되어 돌아와야했다. 그리고 자식을 앞세우고 결국 큰 스님이 되었다. 원수의 목전에 칼을 대었지만 목이 아닌 그의 머리칼을 베면서 진정한 복수와 용서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 인물. 소설속 이사부는 대인이었다.
그렇다면 역사속 이사부는 어떠할까.
지증왕 13년 섬나라 우산국....으로 잘 알려진 독도는 우리땅 노랫말 속의 우산국을 정복해 신라에 바친 장군이고, 미실의 시아버지인 동시에 지소태후의 오랜 연인이었던 남자. 행적으로 보자면 김유신보다 더 알려져야할 인물이지만 어찌해서인지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지나가버린 영웅. 그는 그런 인물이었다. 그래서 소설 이사부를 읽으며 한 줄, 한 줄 한 사람을 알아가는 길이 그토록 신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웅의 일대기처럼 쓰여진 것도 아니고 달콤한 로맨스에만 촛점이 맞춰진 것도 아니지만 재미만으로 따지자면 [소설 이사부]는 여느 역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하다. 한 사람의 운명이 이렇듯 중간없이 아주 높거나 아주 낮게 추락하며 살아남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법관이 쓰는 소설이라 법률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쓰여졌을 거라는 편견을 버리고 읽게 된다면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즈음엔 작가의 남다른 직업에 대해서는 머릿속에서 새하얗게 지워지고 없을 터였다. 소설의 재미는 이토록 소설 속 이사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 외엔 다 잊게 만든다.
이사부, 그를 기억할 것이다. 다른 소설, 다른 역사서에서 마주치더라도 흥미롭게 좀 더 살펴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