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 밀실살인게임 1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쏘우]를 처음 보던 날이 기억난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다운 받아 보게 되었는데, 작은 화면만으로도  너무나 충격적인 영상들이 흘러나와 공포스러웠다. 아니 차라리 작은 화면이라 더 충격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쏘우와 함께 나란히 앉아 cctv를 관람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우리는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혹은 트위터를 통해 하루에도 쉼없이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학창시절엔 주로 앎의 울타리 속에서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겼다면 점점 어른이 되어가면서는 모르는 사람과의 소통이 더 편안함을 가져다 줄 때가 있다. 소설속 그들 역시 특별한 취미생활을 주변인과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서로의 이름,성별,나이 등등을 가면 뒤로 감춘 채. 소통하되 100% 소통이 아닌 한 가지만을 목적으로 한 소통. 인터넷의 발전은 타인간의 공통 취미생활의 발전을 가져온 것이다.

 

죽이고 싶은 인간이 있어서 죽인 게 아니라 써보고 싶은 트릭이 있어서 죽였다

 

라고 말하고 있는 그들. 나는 이 한 문장이 소설 속에서 가장 끔찍했다. 즐겨보고 있는 드라마 [싸인]에서 시크릿 가든의 김실장이 연기하고 있는 무차별 망치 살인조차 이유가 있음직한데, [밀실살인 게임] 속 5명에겐 이유 따윈 없었다.  그저 재수가 없어서 그들의 부비트랩에 걸리는 인물들은 하나 둘 씩 죽어나간다. 그래서 살인의 동기와 계기는 심정적인 공감을 얻기 어려웠고 감정을 상실한 이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이야말로 밀실처럼 느껴졌다. 함께 갇혀 있는 답답함이 독자로서 내가 느낀 첫번째 감정이라면 감정이 사라진 세상에서 추락한 생명의 가치에 대한 슬픔이 두번째 찾아온 감정이었다.

 

두광인/044APD/aXe/잔갸군/반도젠 교수는 약속 시간이 되면 컴퓨터 앞에 앉아 그들 중 누군가가 낸 살인 게임을 추리하기 시작한다. 이미 놀이로 변질된 살인은 미스터리를 위한 살인게임이자 살인 추리게임이 되어 그들의 추리욕을 부추기고 리얼살인극은 계속된다. 6개의 퀴즈가 마무리 되어갈 무렵 독자들을 더 경악스럽게 한 것은 마지막 문장이었는데,

 

To Be Continued.

 

라니.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들어 버린다. 소설과 영화가 끝나면 그 행위도 끝난다고 생각해 오던 기존의 고정관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저 문장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뉘앙스가 강한 마무리.  가족살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보다 더 강한 살인의 예고를 알리는 예고장을 받게 된 독자들은 아마 누구라도 당황할 것이다.

 

이 문제작이 바로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두 번이나 받은 최초의 작가 우타노 쇼고의 작품이다. 그간 [해피엔드에 안녕을]이나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를 읽으면서 작가의 작풍에 대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비웃기라도 하듯 완전히 생각을 뒤집에 만들면서 그는 리얼 살인극의 1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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