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2010년 3월 11일 우리는 큰 스승을 잃었다. 누군가를 잃고서야 남겨지는 깨달음은 그래서 언제나 잔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마음 한켠에 함께 스며온 고마움이라는 녀석이 진정제처럼 마음을 어루만져 달랜다.

 

마음은 닦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 이라고 말씀하셨던 법정스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벌써 몇십년 전으로, 그때가 중학교 처음 입학하던 해였는데 엄마가 읽고 계시던 책 한 권을 어깨너머로 넘겨보면서였다. [무소유]라는 그 말씀이 좋아 엄마를 따라 스님의 책들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대학생이 되고 사회인이 되고 어른이 되었다.

 

 

스님 입적 후, 방송을 통해 그간 스님께서 강연하신 모습이나 남기신 말씀을 육성으로 전해들을 수 있었는데, 날카로우면서도 그 카랑카랑한 음성이 인상적이었다. 귓가를 파고드는 단어 하나하나가 마음을 울리는 타종이 되어 가슴에 남겨졌다.

 

수없이 많았을 강연회에 단 한번도 참여하지 못했던 후회스러움을 대신해 살아생전 스님께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35편의 법문말씀을 남기신 책,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읽기 시작했다. 분명 눈으로 읽고 있었지만 스님의 육성이 귓가에 남아 직접 듣는 것 같은 경건한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읽혀졌으며 왜 마음은 닦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또한 항상 감사기도를 드리며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스님은 꼼꼼하게 체크하지 못하고 있던 내 일상을 꼬집기도 하셨다. 식사기도와 저녁기도뿐이었던 하루에 생각지도 못했던 아침기도를 더하게 도우셨고 상황을 바라보는 제3의 시각을 갖도록 도와주셨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병이 되었든 상황이 되었든 그것을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면서 좋은 쪽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말씀 속에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삶이란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어진 행운입니다. 하지만 그 행운이 항상 지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행운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 한다 라는 말씀 속에서는 감사한 마음을 갖게 만드신 우리의 큰 스승은 이 좋은 말씀들조차 공해라며 책의 절판을 유언하셔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드셨다.

 

이런 스님의 출가를 두고 다들 왜 출가했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했다는데, 특별히 복잡한 사연이 있는 것이 아니라 될 때가 되어 된 것이라고 답변하시면서 타종교와 달리 모집 공고도 없는데 다 제발로 걸어 들어오는 곳이 절집이라는 명답을 남기셨다. 본인 외에는 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이유를 두고 속세의 우리는 또 어리석게도 호기심을 갖다붙여대고 있었다.

 

스님의 말씀을 읽다보면 평소에는 평범하게 느껴져 몰랐던 우리의 일상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에서 멀어져 있는지 깨닫게 된다. 인간다움이라는 잣대를 우리 멋대로 옮겨가며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자기합리화하고 당연시해왔는지....

 

사람이 불행한 것은 이미 지나가 버린 묵은 생각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벗삼아 새해를 맞이한 지금, 지난해의 묵은 것들은 다 털어버리고 오로지 오늘과 올해만을 위한 새로운 다짐을 시작해야겠다.

 

35편의 법문이 짧게만 느껴졌지만 그와 더불어 충분하게도 느껴졌던 이유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그 힘에 있는데, 물건이든 사람이든 올해부턴 아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어느 것이든 천년 만년 일리 없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떤 것은 상하고 누군가는 떠난다는 것을 깨달아버렸기 때문이다.

 

스님이 계실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분의 말씀이 우리를 향해 있어도 계속 될 것만 같던 좋은 말씀의 소중함을......!!!

 

지난해의 산타클로스 선물보다 새해의 스님 말씀에서 더 큰 선물을 발견하면서 힘찬 한해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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