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걸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0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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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나와 화해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  남에게 말하는 것보다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이 더 지키기 힘들며 아무리 보려고 해도 남을 보듯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기 힘든 것이 인간이다.  

어느날 문득 톡 튀어나온 "당신 왜 그렇게 살아요?"는 10년전의 오예슬이 10년 후의 오예슬에게 하는 말이다. 17살의 오예슬은 쭉쭉빵빵한 재림고 최고 퀸카다. 공부는 공대생인 언니 예진에 비해 많이 떨어지지만 상관없다.  공부가 아니라 미모를 살려 모델이 될거니까. 이렇게 생각하며 사는 오예슬이 절친 은지와 남친 민준을 남겨두고 마이애미에서 살고 있는 이모를 방문하기 위해 엄마와 예진과 함께 떠난다. 

비티니 두 벌을 가지고 간다는 것을 남친에게 숨길 깜찍한 나이인 예슬에게 대체 무슨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 무대는 바로 버뮤다 삼각지대. 비행기나 배가 자주 사라진다는 그 곳에서 비행기 사고를 당한 예슬은 눈떠보니 10년 후, 출국 한달전의 7월 1일로 이동되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10년후의 예슬에게 "당신 왜 그렇게 살아요?"라고 퍼부어댄다. 27살의 오예슬. 대체 어떤 모습이길래 꼬마 예슬에게 이따위 막말을 들어야 하는 것일까. 

근사한 모델이 되어 있을 거라 믿어의심치 않았던 미래에 예슬은 뚱뚱해진 채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 꿈을 잃은 자신과 만났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져버린지 모른 채 그녀는 미래의 예슬을 다시 꿈꾸게 만드느라 바쁘다. " 내 인생이기도 하잖아요. 그쪽이 곧 나의 미래쟎아요"를 외쳐가며.

반대로 27살의 오예슬도 갑자기 인생이 불편해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을 다 잊고 살고 있는데 꼬마 예슬이 어디선가 툭 나타나 왈가왈부해댄다. 현실과 이상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깨달았는데 꼬맹이는 너무 모른다. 인생이 너무 써서 단걸 먹는 지금의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또다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 자신에게 상처를 내고만 예슬들.

수많은 것들과 안녕을 하며 살았지만 매일의 오늘이 늘 어제라는 과거가 되는 삶을 살면서도 잊혀지지 않았던 꿈, 모델을 다시 꿈꾸며 10년전 출국일과 같은 8월 1일 27의 오예슬은 다시 무대위에 섰다. 어쩌면 이 소설은 꿈을 잃고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들에게 작가 김혜정이 날리는 강력한 펀치 한방인지도 모르겠다. 

늘 재미나게 읽고 있는 [가출일기],[닌자걸스],[하이킹 걸즈]에 이어 [판타스틱 걸]은 사실 비슷한 소재들을 많이 보아온 이야기였다. 영화로도 소설로도 만화로도 줄곧 빠짐없이 등장해왔던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의 만남. 하지만 이야기가 이토록 유쾌하게 엮어진 것은 아마 작가 김혜정의 글발 때문이 아닐까.  같은 방향으로 돌려져 있더라도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는 귀에 쏙쏙 잘 들어온다. 세상에는 이같은 사람들이 있다. 같은 이야기도 잘 전달하는 사람. 같은 이야기도 더 잘 표현하는 사람이....

인생도 할인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예슬처럼 조금 쉽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소녀들에게 이 한 방은 뼈아프면서도 계속 노력해야 하는 오늘이 주어짐에 감사하게 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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