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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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눈이 내렸다. 그리고 곧 모든 것이 변했다.

 

게일 포먼의 소설 [네가 있어준다면]은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처럼 감성에 젖어 읽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상기온 탓인지 갑자기 폭설이 내려 당황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눈이 내려 인생이 바뀐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 역시 인연이라면 인연일까.

 

미아는 눈이 내린 그 아침까지는 아주 행복한 소녀였다. 다정다감한 아빠와 개방적인 엄마, 귀여운 남동생 테디에 멋진 남자친구인 애덤, 절친 킴이있다. 게다가 곧 줄리어드 입학을 위해 뉴욕으로 떠날지도 모르는 빛나는 미래가 계획되어져 있다. 그런 미아의 가족에게 어느날 내린 눈은 재앙의 시작이자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휴교령이 내려지고 폭설로 직장을 쉬게 된 부모님은 테디와 미아를 데리고 자동차 여행을 떠났다. 데스티네이션에서처럼 모든 장면이 슬로우 모션으로 지나가면서 60마일로 달리던 4톤 트럭에 받치는 순간을 미아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에 보인건 뇌수가 흘러나온 채 쓰러져 있는 아빠와 심장이 멈춰 즉사한 엄마의 시체였고 남동생 테디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아의 눈에 보인 건 미아 자신이었다.

 

유체이탈화 되어 병원으로 실려가는 자신을 따라 중환자실에 들어선 미아.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 속에서 그녀는 남자친구 애덤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도착하고 여러 친척들이 도착한 가운데 직계가족외엔 면회가 불가능해지자 킴과 애덤은 소동을 일으켜 결국 미아를 보게 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는다.

 

떠나기 위해 멈춘 시간이건, 돌아오기 위해 머무는 시간이건 어느 쪽이든 간에 미아에게 주어진 시간은 현재를 살펴보면서 가족과의 따뜻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으로 이어지고 잃어버리기엔 눈물날만큼 좋은 시간들이 지나쳐가면서 점점 가족과 함께 가고 싶어지는 미아를 붙잡고 있는 이들의 마음을 잘 나타내는 말은 할아버지의 입에서 뱉어진 한 문장이었다.

 

"괜찮아. 네가 떠나고 싶다고 해도. 다들 네가 남아주길 바라지만."

 

이 한마디가 몇백마디보다 더 큰 울림으로 울려나와 울컥하게 만든다. 감정선이 최고점에 이르는 순간 우리는 미아의 친척들 사이에 한 사람이 되어 한 마음으로 서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윽고 조용히 불려지는 애덤의 한마디. "미아?" 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희망의 한자락을 발견하며 한숨을 내쉰다. ktx를 탄 것처럼 순식간에 읽고 나서야 읽는내내 얼마나 가슴졸이며 긴장하고 있었는지 깨닫는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모든 숨들이 몰아 쉬어졌다. 후아-.

 

그리고 가족을 잃었지만 여전히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미아이 이야기가 준 감동의 여운에 잠시쯤 더 젖어든다. 미아의 마음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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