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회 중앙장편소설 -트렁커] 는 톡톡 튀는 재미로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설레게 만든다. 약간 까칠스러운면이 없지 않아 있는 불친절한 온두씨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멋지게만 보이던 남자, 름을 상처가 있는 따뜻함 남자로 탈바꿈 시키는 것을 "인간에 대한 이해"로 종결시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정말이지 우리는 아는 만큼 이해하는 동물인가보다. 상대방을 향해 keep out상태인 온두가 과거 까만아이였다는 사실과 가족동반자살을 꽤했던 부모의 살아남은 자식이 되어 "들피집"에서 성장했던 불운한 유년기를 통해 왜 트렁커가 되었는지 이해하고도 남았다.
또 육남매중 넷째로 성장했으나 그 과정에서 군인 아버지의 폭력과 급기야 자식의 손가락을 잘라 변기에 넣고 물내려버리는 비정한 아버지와 아들의 뒤늦은 화해를 보면서도 우리는 아들 "름"이 왜 트렁크에서 잠들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타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수근거리는 것을 멈추기에 딱 좋은 소설인 [트렁커]는 1억원이라는 고료가 아깝지 않을만큼 박수쳐주고 싶은 작품이었고 읽는 내내 그 유쾌한 문장들이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눈과 손을 붙드는 이야기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슬트모, 슬리핑 트렁커 모임은 왜 가입자의 추천으로만 가입할 수 있는지, 전국에 얼마나 되는 규모인지, 그냥 트렁크에서 잠들면 되지 왜 꼭 가입해야한다며 "름"이 "온두"를 붙들고 늘어졌는지 따위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애인도 팔고, 친구도 팔고, 트렁크 속으로 들어간 그들을 따뜻하고 안전하게 보호해줄 공간이라면 트렁크든 관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아, 물론 주변에서 아침마다 트렁크에서 잠을 깨 나오는 이웃이 있다면 수근거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의 트렁커는 꽤나 신기한 장면일테니, 하지만 비틀린 듯 탁탁 말을 뱉어내는 온두는 그냥 그대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아가씨였고 나는 어느새 그녀의 팬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함께하며 마지막에 거실에서 눈 뜨는 것을 앞으로의 희망적 발전으로 바라보건 이후 함께 트렁크에서 나오건 간에 그들이 이토록 사랑스러운 까닭은 상처를 유머로 승화시킬 줄 아는 그들의 재치와 과거 가장 힘든 순간 트렁크를 함께 나누었던 과거 이야기까지 보태져 훈훈하게 만드는데 있다.
처음 자동차 트렁크에서 잠잔다는 설정을 읽으며 "관에서 깨는 느낌"이 아닐까. 싶었는데 어느새 트렁크는 세상과 단단히 단절되어 나는 지켜주는 나만의 작은 공간이자 보호터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슬슬 트렁크에 중독되어갈 무렵 소설은 고맙게도 끝이 났다. 하지만 이제부턴 달리는 자동차 뒷 트렁크를 볼때마다 "저기라면 좀 편하지 않을까"싶어지는 상상에 시달릴 것만 같다.
까만 아이는 이제 행복해졌다. 네번째 소년도 이제 행복해졌다. 그들은 함께 있어 치유되는 사이가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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