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처럼 어려운 데가 있다... 그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자살이 되물림 된다는 것. 그 시초는 할머니였다. 아버지의 어머니였던 그녀는 복엇국을 먹고 자살했다. 아홉살 아들이 보는 앞에서. 그리고 그녀의 딸인 고모 역시 어느날 죽어버렸다. 아버지까지...게다가 그녀는 이제 죽음 앞에 있다. 여자에 이어 남자도 그런 이상한 대물림을 봐야했다. 평생을 우울증에 시달려 온 아버지, "어서와"라고 전화해놓고 십오분을 못기다리고 창밖으로 뛰어내려버린 형. 이 환경 속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사지도 않을 집을 매일 보러 마실 나가는 어머니. 남자의 집은 그런 상태다. 사로잡힌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죽음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두려움은 후차적인 문제이며 놓여지지 않는 당면과제 같은 것일까. 모든 이야기는 실패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작의 이야기여서 그녀는 친구 "사임"의 몸으로 [숨]을 완성해냈다. 그리고 여전히 살아남아 전시회를 열고 남자를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는 것일까. 소설은 끝났지만 나는 남겨진 그들의 이야기는 좀 더 달콤했으면 좋겠다 싶어졌다. 살아가기 위해서. 물론 자살이 되물림 되는 집안의 두 남녀의 만남에 빛나는 밝음을 기대하는 것이 유치한 일일지는 모르겠지만 남겨진 그들에겐 이유가 충분하게 보였다.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소설의 사건을 따라가지 못하고 그들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이 부여된 것처럼 그 길을 따라 갔더니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이해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멀미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아닌 그들의 마음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그 끝엔 작가의 멋진 글이 남겨져 있었다. 글을 쓰는 일이 이미 소명이 되어버렸다고 느꼈다면 더 큰 것을 바라서는 안된다고 여긴다....라는.단 한번 밖에 쓸 수 없는 이야기이기에 너무 일찍 말하고 싶지 않았다는 그녀의 맺음말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그녀의 이야기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