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욘더 - Good-bye Yonder,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김장환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별"이란 언제나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죽어서 만날 수 없는 쪽도 이별이고 만날 수 있지만 만날 수 없는 상태인 헤어짐도 이별이다. 상태가 살아있건 그렇지 못하건 간에 만날 수 없는 이별은 언제나 애잔하다. 그 밑바닥에 그리움이 앙금처럼 부유물처럼 가라앉아 있을 때는 더욱더 그랬다.

 

 

영화제작을 하면서 "문제감독"이라 불린다는 제임스 카메론의 대작 [아바타]이후 많은 소설들이 그 영향을 받은 모습을 보여왔다. 이정도까지면 되겠지라고 한계를 정하고 상상하던 한계점이 사라지고 나니 글들은 더 많은 것들을 탐하기 시작했다.

 

[굿바이 욘더]를 처음 접했을때 막연히 떠올려보던 욘더의 의미가 실은 꿈의 세계, 이상향,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 놓은 곳임을 알게 되면서 나는 도리어 혼돈에 빠져버렸다.

 

소설 속 욘더는 준비 없이 떠나 보낸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면서 슬픔도 헤어짐도 잊힘도 없는 불멸의 천국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천사가 날아다니는 곳이 천국이 아니라 만나고 싶은 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작가가 말하는 천국이었던 것이다.

 

세상 모든 기억을 간직한 도시 "욘더"행의 시작은 한 남자였다. 2017년생 김홀이 아내 이후와 사별한 얼마뒤 그녀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죽기전 추억을 메모리한 아내였기에 그저 기계적인 장치의 산물로만 치부했던 홀은 피치윤희를 만나면서 욘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피치는 엄마없이 아빠와 함께 살아왔다. 그런 그녀에게 하반신 마비로 누워있던 아빠의 성적인 요구는 어느새 폭력으로 다가와 견딜 수 없게 만들었고 급기야 아빠를 제 손으로 죽이는 범죄를 낳았다. 하지만 아빠가 사라지고 나자 그녀는 자신이 꿈꾸던 부모를 갖고 싶은 마음으로 바이앤바이의 도움을 받게 되고 어느날부터 아바타일뿐인 아빠로부터 "나와 함께 하자"는 권유를 받는다. 삶을 담보삼아 죽음으로 얻게 되는 천국. 욘더는 정말 천국인 것일까.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저널리스트로서의 호기심으로 진위에 접근하던 홀은 욘더가 아내를 잃은 어느 부유한 노인의 손에서 탄생되었음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욘더는 초월적인 네트워크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욘더로 가는 길은 욘더가 허락할 시에만 열리며 최근 일어나고 있는 연쇄 자살 사건이 욘더로 인한 일임을 알아내기에 이른다.

 

그저 이미지로만 존재한다고 믿었던 아내를 만나기 위해 생명을 담보삼아 욘더로 건너갈 것인가를 고민하던 홀은 어느새 욘더에서 아내와 이전에는 없었던 아이까지 덤으로 얻어 생활하게 된다. 몸은 없지만 행복한 천국,욘더. 다시 사랑하기 위해 건너왔던 요단강 끝에서 그는 가장 아름답게 이별하고 되돌아왔다.

 

"희망"이나 "기적"은 논리적인 성질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제나 기술의 힘에 기댄다. 모두가 no라고 말할때 내게 일어나는 일이 기적이며 그 기적을 위해 노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 희망일진데, 우리는 언제나 그것을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의 힘을 빌리고 도구나 기술의 힘을 빌리기 위해 전전긍긍하곤 했다. 나 역시도 다르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그 순간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떠올려보게 된다. 몸이 없는 가운데 기억으로만 흘러가는 시간을 존재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는 것일까.

 

고민을 뒤로 하고 집중하게 만들었던 소설 [굿바이, 욘더]는 이전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인 [진시황 프로젝트]나 [천년의 침묵]과는 또 다른 느낌의 소설이었다. 기묘하면서도 그립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 나는 소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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