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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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에겐 위로가 필요할까?

 

살아가는데 똑똑한 이들을 만나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들은 실패하지 않는 유전자를 타고 태어난 것인지 복불복 인생에서 좋은 것들만 골라지니고 빠른 길로만 내딛는다. 게다가 선택 후의 불만이나 불평은 해 본 역사가 없는 사람들처럼 굴며 산다. 그들의 뻔뻔함이랄까. 당당함이랄까. 그런 점들이 부럽게 보일 때가 있다. 가끔이지만.

 

[새의 선물]을 처음으로 작가 은희경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지만 읽을때마다 홀딱 반하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작가의 작품보다 주파수가 맞는 내용들이 많았고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약간은 삐딱선탄 그 똑바르지 않은 시선이 맘에 들기에 언제나 커피마시기를 멈출 수 없는 것처럼 그녀의 소설은 끊을 수 없는 것으로 분류되어 있다.

 

[소년을 위로해줘]를 읽으며 과연 소년이 위로가 필요한 인물일까. 가 궁금해졌다. 소년 강연우. 이혼한 옷 칼럼니스트인 엄마와 단 둘이 살며 "도토리들"이라 불리는 고양이 두 마리가 식구의 전부다. 공부를 딱히 잘하진 못하지만 학교에서 말썽쟁이인 녀석도 아닌 채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애처롭게 때로는 소중하게 여기며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소년. 필요한 것들을 위해 엄마를 조르지 않는 대신 필요한 물건따윈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속깊은 녀석.

 

아들 강연우가 그런 녀석이라면 남의 눈에 거스르지 않게 살고 싶어 친절을 익혔다면서도 조금은 튀게 살고 있는 엄마인 신민아씨는 재욱형과 목하 연애중이다.

 

 

귀국 청소년인 태수, 돈 잘버는 의사의 딸이지만 부모님이 못찾는 자신의 아지트를 가진 조숙한 채영, 태수의 여동생이자 채영과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는 마리. 소년의 주변인은 단순화 되어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와는 상관없이 좁게 형성되어 있는 인맥도와 단절되어 있는 소통의 공간 사이에서 기특하게도 질식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다지 불만도 없어보이는 일상의 주인공인 소년에게 위로가 필요한 일인지....

 

 

 

소년에겐 어떤 종류의 위로가 필요할까?

 

쉽게 잠드는 것도 대단한 우성 형질이며 진화가 아주 많이 진행되면 세상에는 잠 잘 자는 사람들만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문장에 홀딱 빠져 부지런히 메모를 하고만다.

 

당구장에서 시작된 싸움의 결과 응급실에서 눈뜬 소년은 문득 열두 살 무렵 옆집 할아버지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 있다. 소년이라면 시간과도 겨뤄봐야지...라던.그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했던 것처럼 읽는 나도 성인이지만 그 말의 참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시간과 겨룬다...어떤 의미일까.

 

일찍 철들어봤자 자기만 손해인 세상에서 사는 우리는 서툰 것들을 서툰대로 내버려두는 그들을 향해 그 어떤 잣대로 대지 말아야 함을 안다. 슬프지만 슬프다고 징징대지 않고 혼란스럽지만 혼란스러움을 요란하게 떠들지 않으며 외롭고 고독하다고 투정부리지 않는 소설이라 참 좋다. 잣대가 대어지지 않은 세상은 그래서 편안하다. 엉망으로 보일망정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모를 뿐.

 

열 일곱의 소년은 여타 소설에서 보았던 소년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그는 절제 되어 있으면서도 채워져 있지 않고 부족하지만 아쉽지 않은 내면을 지니고 살아가는데, 그래서인지 막상 소년을 위로해줘야 하나 를 고민하며 읽다가 묘하게 위로받고 있다. 이미 나는 소년을 위로할만큼의 어른이 아니라는 자각과 함께 정작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은 읽고 있는 우리들이 아닐까 싶어졌다.

 

벽에 키를 재는 키높이 단계별 자 대신 날개가 그려져 있었다면 나는 과연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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