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프레데리크 에브라르.루이 벨 지음, 정기헌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고양이를 기르지 않았다면 내게 이 책의 감동은 절반쯤 되었을 것이다. 때때로 경험이라는 것은 이토록 멋진 공감을 선물한다. 살아있는 동안에.

 

[고양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는 특이한 장르의 이야기다. 수필처럼 일기처럼 편안한 일상을 담아내는 이야기 속에는 고양이를 이렇게 길러라는 식의 가르침도 없고 우리 고양이는 이렇다 라는 자랑질도 없다. 평생을 고양이를 기르기를 희망했던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결국엔 손자, 손녀들이 생길정도로 삶을 진행하는 동안 그들 곁을 스쳐지나간 무수히 많은 고양이들에 대해 추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고양이 추억담 스토리랄까.

 

프랑스, 어느 숲속 넓은 외딴집에...배우인 남편과 소설가인 아내...그리고 고양이들이 모여 살고 있다.

 

그들이 함께 하는 삶은 아름답다. 길들이려고 애쓰거나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자유를 허락하는 자연스러운 삶을 받아들이며 공존하기 때문이다. 보뇌르, 샤르봉, 티베르, 예예, 칼린, 샹티에, 쥘, 타프나드, 펠라르동,세브놀 은 행복과 위안을 함께 나누며 살아왔다.

 

사실 [동물농장]으로 유명한 애니멀커뮤니케이터 하이디가 아닌 이상 이들의 말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다. 하지만 느끼고 이해하는 일은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보면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시간이 존재하게 되고 그 시간 안에서 서로의 표정, 음의 높낮이, 행동으로 느낌을 이해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자연의 일은 이처럼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매일 방문하는 집배원과 악수하는 티베르,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어 줄 눈빛으로 쳐다보던 아르지롤, 말썽쟁이이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던 보뇌르, 가정부와 대화하는 샹티에, 사고로 꼬리를 잃었지만 끈질기게 살아남은 세브놀....모두 사랑스런 고양이의 이름이다. 고양이에 관한 의학상식이 실린 것도 아니고 많은 종류의 고양이 사진이 빼곡히 차 있는 것도 아닌 글자와 추억만 가득한 이 책에 빠져 정신없이 읽은 이유도 이들에게 있다.

 

우리는 매일 고양이에게 새로운 것을 배운다.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방법, 명상의 즐거움, 자유를 향한 갈망, 그리고 충실함....뿐만 아니라 인생을 아름답게 보내는 순간순간의 적절한 선택도 배워나간다.

 

고양이들은 글을 쓰는 사람과 책을 읽는 사람이 자신의 친구인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비록 책을 읽으면 책장 사이를 엉덩이로 깔고 앉아 독서를 방해하고 노트북에 들어누워 타자를 칠 수 없게 만드는 고양이와 살고 있지만 나는 저자의 그 말이 진실임을 알고 있다. 나의 고양이도 매일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걸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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