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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렐리의 만돌린
루이스 드 베르니에 지음, 임경아 옮김 / 루비박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사랑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어톤먼트]처럼 연인의 사랑을 질투어린 마음으로 찢어놓고 평생을 미안해하는 마음도 있고 [연인]에서처럼 평생 그리워한 단 한 순간의 사랑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리스 섬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경쾌한 스토리의 [맘마미아]가 떠올려지지만 그리스의 작은 섬 케팔로니아에선 이런 사랑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왕선생이 등장하는 중국의 한 동화책이 떠올려지는 이아니스 역시 자격증이 없지만 섬의 명의다. 그는 생활적 지식을 근거로 순박한 사람들을 치료해나가며 존경을 얻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는 치료답례로 물품들을 받으면서 아름다운 딸 펠라기아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펠라기아가 열 일곱이 되던 채 괜찮은 남자는 남아 있지 않은 섬에서 만드라스와 약혼하지만 전쟁은 그들을 갈라놓고 만다. 전쟁 중에도 긴박함보다는 소소한 일상이 묻어나 긴장감을 덜하고 있는 가운데 섬은 그대로의 모습이 지켜진 채 해가뜨고 지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었다.
적이지만 사랑에 빠지게 될 안토니오 코렐리가 나타나기 전까진.
2차 세계대전으로 망쳐진 남자 만드라스에 비해 모든 점에서 월등히 우수한 코렐리를 사랑하게 된 켈라기아는 섬이 대학살의 현장이 되는 가운데서도 그를 구해내고 치료한다. 점점 어느쪽이 더 나쁜지 판가름하기 힘들어지면서 사랑은 배신을 낳고 삶은 죽음과 친구가 되어 있었다. 돌아온 만드라스의 추행보다 코렐리의 부재가 더 가슴아팠던 펠라기아는 아버지 이야니스의 죽음 이후 만드라스의 엄마와 함께 버려진 아이를 키우며 늙어간다.
이루어지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비켜간 채 코렐리를 사랑한 카를로의 사랑도 코렐리를 기다리는 펠라기아의 기다림도 그 끝이 있나보다 싶어질 무렵 늙수구레한 코렐리가 나타나고 더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던 고백은 그가 매년 그녀를 몰래 보러 섬에 나타났다는 거였다.
한여름밤의 꿈도 아니면서 운명은 왜 그토록 잔인하게 굴었던 것일까. 전쟁도 모자라 오해까지....아름다운 젊은 시절을 다 허비하게 만든 그 두 요소는 노인이 되어서야 둘을 화해하게 만들고 함께하게 만든다. 소설에서 가장 큰 배신은 사람이나 전쟁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 어긋남이 일으킨 것이 아닐까 싶어질 정도로 안타까운 러브스토리를 전하고 있었다.
들어본 바 없어 상상할 수 없었던 만돌린의 선율만큼이나 궁금했던 그들의 결말이 이렇게 웃으며 끝날 수 있었던 까닭은 전쟁이 끝나 평화로움이 지속되고 있는 일상에서 마무리 되어지기 때문은 아닐까 싶어졌다.
전쟁의 손길은 언제나 잔인했다. 그래서 그를 소재로 한 소설은 무자비하고 폭력적이었던데 반해 대학살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가 사랑이야기로 덮혀질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아름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낭비된 세월의 안타까움은 뒤로하고라도-.
처음 읽게 된 작가의 작품이었지만 나는 작가의 다음작품이 궁금하다. 그와 함께 만돌린의 선율 또한 궁금해졌다. 언젠가는 한번쯤 들어보고 싶어질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