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사형제도"에 대해 찬반토론이 벌어지면 나는 어느쪽도 선택할 수 없을 것 같다. 비겁하지만 그렇다. 죄의 입장에서보자면 사형은 쉽게 찬성하게 된다. 자신에게 생명의 위협을 가하지 않는 타인에게 유흥비를 목적으로 하거나 기타 자신의 빚청산을 위해 해를 가해 그 생명을 없애버린다면 그는 단죄받아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질적인 악질범죄인이 아니라 책에서처럼 단지 "형"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자신에게 툴툴대던 간수가 그 대상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쓸쓸히 털어놓는 사형수에 대해 알게 되면 마냥 찬성을 위해 손 들고 있기도 힘들어진다.

 

많은 영화를 통해 사형수를 봐왔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사형제도에 대해 피상적이다. 옳고 그름만 따질뿐 그 과정 속 사람에 대해 피부로 느끼질 못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영화를 볼때마다 직업이 "교도관"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는 것. 그것도 내 손으로 직접 마지막을 이행해야한다는 것에 대한 알 수 없는 죄책감과 중압감은 그 어떤 직종의 스트레스보다 높고 그 마음의 파괴는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숀팬의 그 눈빛도, 최민수의 마지막도, 강동원의 애절한 외침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 다행이다. 그린마일을 보면서 마지막에 정신없이 울게 된 것은 또다른 이유이긴 했지만.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는 9년차 교도관의 우울한 일상이 펼쳐진다. 그는 여느 인간들과는 다르다. 그 기억부터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데, 아주 어린 시절 영아원에 들어가 입양과 파양을 겪으며 고아원에서 성장해 성인이 되었다. 그러선지 그의 기억 중 가장 오래된 기억은 바닷가에 한쪽 무릎을 세운 채 누워 죽은 벌거벗은 여인에 대한 것이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고 자신이 죽인 것인지 죽어버린 엄마의 시체였던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그 기억은 종종 일상을 파고들어 그를 외롭게 만든다.

 

무언가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정신 상태를 가진 "나"는 오늘도 여전히 교도행정에 임한다. 자산과 범죄는 이 세상에 지는 것 이라고 오래된 섹스파트너 게이코는 말하지만 서른 살의 교도관에겐 그것조차 공기중에 부유하고 있는 흩어진 말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가운데 18세에 신혼부부를 살해하고 사형언도를 받아 수감된 야마이 류지는 유일하게 친절하지 않은 교도관인 "나"를 따른다. 소설에서 구원받는 일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마지막에 펼쳐진 류지의 편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다른 소설 [편지]처럼 한쪽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 버렸다.

 

"나에게는 형제가 없지만 당신이 형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사형수에게 어느날 사형집행을 해야하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니...직업이 교도관인 그는 일상이 이별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별과 마주한 그에게 인생은 이토록 잔인하다. 일상을 이웃처럼, 친구처럼 함께 하다가 어느날 자신의 손으로 그 생의 마감을 거들어야 한다는 것. 이처럼 잔인한 이별이 또 있을까.

 

[모든게 다 우울한 밤에]은 인생은 그 인간이 저지른 짓을 그냥 넘어가주는 법이 없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는 훌륭한 것이 많다고 조용히 속삭이고 있기도 했다.

 

마지막에 덧붙여진 희망 하나가 전체의 우울함을 옅은 색으로 희석시키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