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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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행복해졌을까. 

객관적으로 봤을때 마흔의 나이에 모든 것을 잃은 쪽은 여자였다. 괴도 "타잔의 내연녀"로 알려져버렸고, 아들을 위해 해왔던 매춘이 남편에게 알려져 함께 살지 못하게 되었으며 아들은 이미 엄마에게서 오래전에 멀어진 사춘기 소년이다. 게다가 도망간 "타잔"은 자폐아인 아들을 그녀에게 맡겨두었고 하나뿐이었던 부자친구는 그녀의 따귀를 때리곤 절연했다.  

 그녀, 지금 "타잔"이 남기고 간 아들 여름이와 반지하 월셋방에서 살고 있다. Room은 Room인데, 엠마 도노휴의 [Room]이 닫힌 공간이라면 그녀와 여름이의 룸은 시작의 공간이며 열린 공간으로 표현되어졌다. 구시가지의 주부로 살때나 반지하에서 살게 된때나 가난하기는 매마찬가지지만 그녀는 이제 행복하다.

 "그대가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한, 그대는 언제까지나 행복해지지 못한다"는 헤세의 말처럼, 결혼조차 철저히 "비즈니스"처럼 받아들인 친구 주리의 권유로 "비즈니스"세계에 입문한 여자는 서른 아홉의 삶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지 못했다. 헤세의 말처럼 행복을 찾아다니고 있어 행복이 그녀에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새 행복은 거짓말처럼 곁으로 다가왔고 이제 그녀는 행복해졌다. 그토록 사랑에 목매어 선택했고 비즈니스를 해서라도 지키고자 했던 가정에서 벗어났지만 만족스러웠다.

박범신 작가를 처음 알게 만든 작품은 [외등]이었다. 그 쓸쓸하고 애틋하던 작품에 홀딱반해 그의 작품들을 찾아 읽으면서 나는 작가가 꾸며낸 이야기 속에서 살았다. 그가 던져놓는 이야기들은 책속에서 튀어나와 입체적으로 살아움직이며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은교]는 비밀스러움으로 [고산자]는 고집스러움으로..... 

 처녀의 허리처럼 휘어진 만 안쪽에 자리잡은 ㅁ도시가 배경인 [비즈니스]는 잘록한 허리를 가진 여성의 누워있는 뒷모습이 명화처럼 매력적인, 아주 인상적인 책이었다. 도시는 발전결과에 따라 꿈의 도시인 신시가지와 짐승의 마을인 구시가지로 나뉘어졌는데, 친구 주리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구시가지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신시가지로의 편승을 꿈꾼다. 하지만 녹록치 않기에 누군가는 자신의 것을 팔고, 누군가는 그들의 것을 훔친다.  

 "자본주의 경쟁구조에 따른 우리 사회의 반생명적 불모성의 비판작"이라 소개되어진 [비즈니스]가 무엇을 말하고자하는지는 분명해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 외의 것들에 더 주목하게 되었다. 역시 사람이었다. 이야기 속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주목해야할 명제 뒤에 숨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눈돌리고 있다.  

 세월은 인권변호사를 꿈꾸던 패기넘치는 남자를 자포자기한 남자로 만들었고, 성공가도를 달리던 남자를 도둑으로 몰아갔으며 사랑을 위해 모든 것에 눈감았던 순수한 여자를 매춘으로 몰아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속물적 오만을 떨던 여자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알거지 만든 것 또한 세월이었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시간은 가장 해학적인 요소로 비춰지고 인생은 새옹지마이니 좀 더 살아보라고 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시간은 무엇을 꿈꾸었던 것일까. 도시는 무엇을 꿈꾸게 만들었던 것일까.  

 버림받는다는 건 내겐 늘 절름발이가 되는 것이었다....라고 고백하던 여인은 이제   "지금......참 좋아......"라고 읊조린다. 끝나지 않은 삶에서 또 무엇이 변하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그녀의 마지막 대사에 웃음짓게 되는 까닭은 우리가 달려가는 길 끝에 만나질 무엇에 대해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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