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에 안녕을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7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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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부터 2007년 사이 연재되었던 단편들을 모아놓은 [해피엔드에 안녕을]은 그 제목처럼 해피엔드로 끝나는 이야기들이 없지만 짧으면서도 전체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놀라운 한 때를 조각 케잌처럼 덜어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이처럼 당황스러웠던 적이 또 있었던가. 떠올려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다소 싱겁게 읽은 감이 있었던 지라 단편 모음에 그다지 기대를 걸지 않았으나 뜻밖에 나는 복병을 만나버렸다. 수필처럼 평범해 보이던 이야기들은 예측불허의 상태로 진행되어 버리고 운명의 짓궂음과 인간의 어리석음이 잘 조화되어 도달하는 배드엔딩에선 눈물보다는 조소가 어리게 만든다.

 

무엇하나 잘 해내지 못하는 언니에겐 호의를, 여고 2학년인 자신에겐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가 친부모가 아닐 것이다 라고 상상하며 내과의사인 이모에게 상담을 요청한 리나. 그녀의 비밀과 이모의 비밀이 독백처럼 독자에게 쏟아지는 순간 아찔함이 느껴진다. 인생의 교통사고처럼 느껴지는 리나의 존속살해 이면에는 오해가 덮여져 있다.백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동생을 도너로 삼은 사람은 언니 유리가 아니라 자신인 리나라는 사실을 그녀는 모르고 사건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죽어버린 여동생 나루미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주길 기대했던 부모의 마음을 한 소녀의 질투가 예측불허의 사건으로 몰아가 버렸다. 배드엔드. [언니]

 

 

어머니의 친정 가타바미. 매년 여름방학때마다 방문한 이 곳에서 처음 가면을 발견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때였다. 어른들이 들어가면 안된다고 말한 금기의 방안에 몰래 들어가 발견한 것이 살아있는 듯 놓여진 가면이었다. 아름답지만 일그러진 얼굴의 데드마스크는 사실 외할아버지의 막내딸인 사치코의 것이었는데 어느날 도둑의 습격을 받고 살해당했다고 한다. 그 마스크를 썼다가 습격당한 것이 중학교 2학년 무렵. 사촌 마사오가 "나"를 발견했고 결국 사치코를 죽인 범인이 외삼촌 도키오임이 밝혀진다. 유흥비가 필요했던 그는 재떨이로 동생을 때려죽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가면을 쓴 천벌을 받고 사치코의 옆에 누워있다. 죽은 채로. 배드엔드. [죽은 자의 얼굴]

 

 

다마가와에서 하이지마까지 시체처럼 떠가는 모습을 생중계한 고등학생들. R고 2학년 3반 녀석들의 내기는 엽기적이었다. 하지만 촬영담당 시게노와 사와이가 살해되면서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져버린다. 강을 떠다니는 시체 역의 야키야마,시게노와 앙숙이었던 쓰루미. 용의자는 있지만 물증이 없는 가운데 시게노의 부모의 마지막 추리는 안쓰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배드엔드. [강 위를 흐르는 것]

 

 

외에도 [벚꽃지다],[지워진 15번],[살인휴가],[방역] 을 포함해 총11개의 읽을 거리를 제공한 해피엔드에 안녕을은 때로는 깜짝 놀랄만큼 짧은 길이로, 혹은 상상하지 못했던 결말로 배드엔드의 세계로 이끈다. 뉴스에서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 소설화되어 현실인지 허구인지 헷갈리게 만들고 계속되는 검은 결말은 우리에게 강심장이 되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안티 해피엔드. 작가들이 좀처럼 시도하지 않을 색다름 외에도 반전까지 가미되어 이색적인 미스터리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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