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교실 - 제48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누구일까...

 

스카모토 유미가 접촉사고를 피해 길에서 주운(?) 남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임시로 스즈키 히로시라고 불리기로 한 그와 유미는 남자의 기억찾기에 돌입한다. 하지만 우리하라 이치의 작품인만큼 일은 좀 묘하게 돌아간다. 그의 소지품에서 나온 것은 4월 10일 열릴 74년 졸업동창회에서 일어날 살인계획서였기 때문이다. 스즈키 히로시는 "나는 누구일까? 진짜 살인자일까?" 라는 불안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간자키 이치로라는 자신이 신분을 알게 되어 불안에서 한시름 벗어난다. 간자키 이치로는 아오바가오카중학교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치로는 두 채의 집을 소유하며 이중생활을 하며 살인계획을 세우고 10년이나 잘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했을까.

 

 

그는 누구일까...

 

아라이와산 옆에 위치한 아오바가오카 중학교는 묘한 위치에 세워졌다. 보리밭안에 학교가 있는 자리도 자리거니와 묘지 위에 세워진 학교라 더 음산하게 느껴졌다. 전임 가사오카 후미오의 후임으로 부임한 니시나 료사쿠는오자마자 담임을 맡게 되지만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무언가 비밀에 둘러싸인듯한 학교와 반 전체가 똘똘뭉쳐 자신을 거부하는 듯한 분위기에 압도당해버렸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나가키 기미오의 자살을 필두로 열여섯의 남학생과 열 네명, 총 서른명의 학생들은 그들안의 "숙청"을 비밀로 한 채 사건 속에 속해 있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학교와 숨기는 아이들, 미숙한 교사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발행되는 공포신문... 이 모든 것이 저자 오리하라 이치의 노련한 손놀림 가운데 독자를 자꾸만 의문의 구덩이로 몰아넣고 있었다.

 

20년 전의 교실에서 자행된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선 공포신문은 누구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까.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두꺼운 책의 1부는 이렇게 끝났다. 여전히 미스터리는 남겨둔채...

 

 

 

알면 알수록 더해가는 수수께끼...

 

2부의 시작은 범인의 고백으로부터 열리고 있다.복수자에게 배달되는 동창회 통신을 통해 신분을 위조하고 인터뷰했던 동창과 선생님을 교묘히 살해한 채 마지막으로는 동창회에 참석한 모두를 유인했다. 반장 아키바의 이름으로.

 

아키바 다쿠마. M대학문학부 강사인 그는 중앙지 독자란에 동창회 안내문을 낸 인물로 그와 부반장 쓰지무라 히토미가 동창생들에게 보낸 통신문이 범인에게 악용되고 있었고 그들은 함께 범인의 "숙청게임"에 말려들고 말았다.

 

20년전 그 교실에서 불타죽을뻔한 동창들과 사라진 그들의 타임캡슐.

 

20년의 세월이 모든 상처를 치유해주지 못했다.

20년의 세월동안 복수를 다짐한 인물이 있었다.

20년의 세월이 누군가에게는 몸서리처지는 악몽으로,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버렸다.

 

다시 숙청게임이 시작된 가운데,2부에서도 범인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고, 이야기는 3권으로 향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숙청 게임의 진실...

 

3부는 끝을 향해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미스터리의 연속이었다. 작가는 끝까지 궁금증을 놓지 못하게 만드려는지  범인외의 모든 사건을 의문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이래서야 소년탐정 김전일이 나타난들 "범인은 이 속에 있다~!"는 말로 범인을 콕 집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2부에서 범인이 동창생들을 유인해 화재를 일으켰던 학교 건물에서 소년의 뼈가 발견된다. 그 뼈를 범인의 아내는 실종된 아들이라며 되찾아온 가운데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려는 찰라, 작가는 우리를 또 한번 트릭으로 내몬다.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그 소년은 간자키 이치로이기 때문이다. 초대 교장의 초상화 아래 큰 구멍으로 소년을 밀어넣었던 대장군단. 왕따를 당해 도시에서 전학왔다가 다시 전학가버렸던 아다치 이치로는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간자키 이치로가 되었다. 

 

3부에서 범인의 정체가밝혀짐과 동시에 또 하나의 비밀이 베일을 벗는데 그동안 범인이 도용했던 하세가와 미스즈의 현황과 니시나 선생 아들의 출생의 비밀이었다.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는 비밀들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가운데 20년 전 공포신문을 발행하고 한 소녀를 성폭행했으며 숙청을 지시한 배후인물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인물로 밝혀지고...

 

 

 

다중 플룻과 다중 해결의 미스터리...

 

한 권의 책 안에 함께 실린 1부,2부,3부작 [침묵의 교실]은 비밀이 비밀에 싸여 비밀을 털어놓지 못하고 있는 큰 스케일의 미스터리다. 죄책감 없이 지나온 유년의 기억너머로 희생자들의 분노와 가슴아픔은 미처 헤아리지 못한 채 복수 당하는 3학년 A반 학생들. 많은 인물의 등장과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장면장면들이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겠다 싶을만큼 깊은 갈등과 침묵 속에 놓여져 있다.

 

이 매혹의 조합이야말로 오리하라 미스터리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가 아닐까.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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