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문득 요리가 나오는 페이지에서 멈추게 된다. 냄새도 맡을 수 없고 맛도 볼 수 없는 요리에 대한 상상을 도저히 할 수가 없어 멈춘 채 코를 벌름거려 보게 된다. 입에 침이 고일만큼 맛난 요리를 상상해 내는 것. 역시 책으로는 어렵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요리들은 게다가 레시피도 함께 실려 있지 않다. 그렇다보니 아쉬움으로 잠시 멈추었다가 그냥 지나칠때가 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작 [유성의 인연]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등장하는 하야시 라이스가 대체 어떤 맛인지 궁금했다. 어떤 맛이길래 1권에서는 레시피를 얻기 위해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생각했다가 2권에서는 어떤 레시피이길래 죽은 사람을 두고도 레시피만 거둬가게 만들었을까 싶어졌다. 그들의 하야시 라이스. 그 남다르다는 맛은 대체 어떤 맛이었을까.
라퀴진에서 발간한 [홈카페2]에 그 반가운 레시피가 실려 있었다. 만세!!
라퀴진은 프랑스어로 "요리","부엌"을 의미하는 단어로 푸드코디네이터 전문가 과정은 물론 카페창업을 위한 카페 비지니스 과정 등등의 목적성 커리큘럼으로 요리를 공부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가장 탐나는 과정인 카페 비지니스 과정이 있는 곳이라 평소 눈여겨 보았던 곳인데 그들의 책에 수록된 모든 요리들이 라퀴진 센터가 가지고 있는 1만여 개의 레시피 가운데 골라낸 것들이라니....더욱더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스타일을 구경하고 싶었던 잡지에 패선대신 기사가 가득하다거나 읽을거리를 위해 산 잡지에 광고가 가득한 것만큼 짜증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라퀴진과 나무[수]는 독자들의 그 욕구를 충분히 아는 똑똑함을 발휘, [홈카페2]에는 쓸데없는 글들은 다 배제된 채 오로지 가득찬 레시피만으로 구성되어져 있었다.
한국 요리는 정갈하게, 중국요리는 화려하게, 일본 요리는 소박하게...같은 재료지만 다른 향, 다른 맛으로 카페에서나 맛볼 요리들을 식탁에서 만날 수 있게 도와주는 고마운 레시피들. 정말 책이 장담한 것처럼 라퀴진이 요리하면 가정식도 세련된 카페 푸드로 거듭나고 있었다.
총 75가지의 요리와 음료, 곁들임 찬들까지 알뜰하게 알려주는 레시피 속에 그간 상상으로만 꿈꿔봤던 요리들에 대한 현실화가 눈 앞에 와 있다. 그 즐거움은 꿈꿔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만큼일텐데, 오늘 저녁엔 당장 하야시 라이스부터 시작해봐야겠다. 한 권을 다 실습해 보려면 2011년, 바쁘게 지내게 되지 않을까.